청와대 ‘비핵화 및 평화정착’ 핵심의제…트럼프에 ‘바통’ 잘 넘기면 북미수교도 가능
4월 26일 드디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 회담의 주요 의제는 ‘비핵화’다. 그 결과에 따라 곧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4월 20일 전 세계가 북한 평양에 주목했다. 이날 평양에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주관으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가 진행됐다. 전원회의는 당 주요 의사결정으로 무게감이 상당하다. 특히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6일 앞두고 열린 중대 회의란 점에서 그 결과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뜻밖의 선물로 ‘화답’했다. 21일 조선중앙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기존 경제건설 및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에 대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됐다”고 평하며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도 필요 없게 되였으며 이에 따라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선언했다.
즉 북한은 핵 및 ICBM실험을 중단을 선언하며 기존 병진노선의 폐기 혹은 수정을 시사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기존의 ‘경제-핵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향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및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에 대한 협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북한이 경제건설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평화로운 국제환경 및 국제사회와의 긴장완화 및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따라서 김 위원장은 4월 27일 개최될 남북정상회담과 5월말 또는 6월초에 개최될 북미정상회담 개최 이유를 이 같은 필요성으로 주민들에게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4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마주하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선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셈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와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결정을 환영한다”라며 “북한의 결정은 전 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적극 환영의사를 밝혔다.
판문점에서 11년 만에 ‘재개’ 되는 이번 회담에선 다양한 ‘의제’가 논의되며 합의 내용이 ‘선언서’ 형식으로 도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청와대는 그 무엇보다 ‘비핵화 및 평화정착’을 가장 중요한 의제로 둘 것을 시사한 상황이다.
노동당 전원회의 주재하는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첫발은 주요 의제인 ‘비핵화’에서 어느 정도 결과를 도출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무엇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바통이 그대로 북미정상회담으로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를 두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이 모든 핵실험을 중단하고 주요 핵실험장을 폐쇄하기로 했다”라며 “이는 북한과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다. 큰 진전과 우리의 정상회담을 고대한다”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현재 북미정상회담은 5월말 6월초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몇몇 곳의 회담 장소가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분위기는 이미 달아오른 상황이다.
비핵화 협상은 곧 ‘종전 협상’과 ‘북미 수교’와 맥을 같이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바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기느냐에 따라 북미 간 협의도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19일 “남북이 회담을 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를 명명할 수 없다”면서도 “우리가 분명히 휴전협정에 대한 공식적인 종식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종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시사했다.
또 다른 종전 협상 당사국인 중국의 화잉춘 대변인 역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일명 쌍궤병행‧雙軌竝行)’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계론’ 역시 존재한다. 남북회담에 앞서 ‘핵실험 중단’을 선언한 북한이지만, 전원회의에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근본적인 ‘핵 폐기’ 혹은 ‘핵 이전’에 대해선 엄격하게 선을 그었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는 “(비핵화 협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며 “특히 북한은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보유한 ‘핵’을 협상용으로 철저히 사용할 것이다. (근본적인 비핵화는) 쉽지 않은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