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엥, 널 다시 볼 줄이야!
▲ 오래된 물건으로 가득찬 가게는 손님들을 추억에 잠기게 한다. | ||
인사동의 한 허름한 가게 안. 좁은 통로를 헤집고 다니던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탄성을 지른다. 그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것들은 다름 아닌 잡다한 옛 물건들. 잊혀지고 버려진 것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의 포장지에 곱게 싸여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곳, ‘토토의 오래된 물건’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전통의 거리 인사동. 골목골목 골동품가게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이 거리에서 ‘토토의 오래된 물건’(토토)은 ‘연식’으로만 따지자면 명함을 내밀지 못 할지도 모른다. 구한말에서 조선시대를 넘어 그 이상의 시간까지 넘나드는 골동품들에 비하면 토토의 것들은 기껏해야 짧게는 십수 년에서 길어봐야 수십 년 된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골동품가게에서처럼 높은 식견이 필요하지도 않고, 또한 그 때문에 사기를 당할까 걱정할 이유도 없으며, 결정적으로 전혀 따분하지도 않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그 정체가 무척 궁금해진다. 토토는 약 20년 전 인사동에 터를 잡은 ‘추억을 파는 가게’다. 남들이 쓸 데 없는 것들이라며 버린 물건들을 모아 손바닥만 한 가게를 꾸린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현재는 약 20평이 넘는 건물의 2층을 통째로 쓸 정도로 가게가 넓어졌다.
처음에는 무료로 개방하며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요즘은 입장료 1000원을 받는다. 그러나 결코 추억여행을 하는 대가로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관람객들의 연령대는 대중없지만 그래도 40대 이상의 장년층이 개중 많은 편이다. 특히 주말에는 아이들을 이끌고 와서는 자랑하듯 ‘그때 그 시절’의 회상을 늘어놓는 부모들이 많다.
가게는 겨우 걸어다닐 정도의 비좁은 통로를 제외하고 전부 오래된 물건으로 꽉 들어차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매고 있는 가방부터 맡기라고 한다. 도난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혹시라도 가방에 물건들이 걸려 쓰러지기라도 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입구에 거대한 마징가제트가 서 있고, 그 주변으로는 20~30년 전 이용됐던 공중전화기와 장난감 따위가 널브러져 있다. 전시대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신문이며, 영화포스터, 김일 레슬링 경기를 알리는 전단지 등이 놓여 있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손때 묻은 책가방과 풀 먹인 깃이 아직도 빳빳한 하얀 칼라의 교복이 걸려 있다. 그 맞은편에는 50년도 더 됐음직한 책걸상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다. 까까머리, 갈래머리들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 물건들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도리가 없다.
수십만 점에 달하는 오래된 물건의 집하장인 이 가게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추억의 먹거리다. 쫀드기, 아폴로, 꽃가마 같은 소위 ‘불량식품’들이 진열대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10원, 20원 했던 과자들이 이제는 ‘아무거나 3개에 1000원’으로 몸값이 수직상승했다.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바로 추억이기 때문이다.
★길잡이: 서울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3호선 안국역→인사동관광정보센터 옆 건물 슈프림스 2층 ★문의: 토토의 오래된 물건 02-725-175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