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꼬김
[청주=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구상 시인의 대표 시 ‘적군묘지 앞에서’를 영어 락 발라드 ‘An enemy’s graveyard’로 노래하고, 어머니의 메시지 담은 ‘아들아 아들아(Dear My son)’, 731부대를 뮤지컬로 만든 ‘상평통보’ 안중근 의사를 도운 최재형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페치카’ 등을 공연한 팝페라 소프라노 구미꼬 김이 27일 청주를 찾았다.
이태리 살레르노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산타체칠리아 국립아카데미 오페라 특별과정을 수료한 팝페라 소프파노 구미꼬 김(50)은 2014 대한민국창조문화예술대상(팝페라부문 대상)과 2016년을 빛낸 자랑스런 인물대상(문화예술발전 특별대상)을 수상했다.
남편인 팝레라 테너 주세페김(53)과 팝페라 그룹 ‘듀오 아임’을 결성해 한국 인문학이 녹아있는 K-팝페라를 공연하는 이들은 K-팝페라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한국의 문학과 역사, 철학, 인물을 노래하고 있다.
‘음악 속에서 사랑하고, 음악을 통해서 사랑을 전하자’는 의미를 가진 ‘듀오 아임(A.I.M)’은 1998년 이태리 유학 중 만난 이들 부부가 결혼과 함께 결성한 그룹으로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창작 아리랑을 비롯한 크로스오버 팝페라와 창작뮤지컬을 전파해 왔다.
듀오 아임 그룹활동 20년을 맞아 이들은 글로벌시대에 한국의 대중가요를 세계에 알린 K-팝처럼 K-팝페라를 세계 무대로 확장시키기 위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지난해부터 새로운 단독공연 무대를 연출한 구미꼬김은 올해 7월 음반을 출시하고, 가을에는 미국으로 6개월간 단기유학을 떠날 계획이란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구미꼬김은 처음에는 한국 이름인 김구미로 활동하다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연 다문화 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싶어 본래의 이름인 구미꼬김으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주세페김(본명 김동규)은 대학에서 산업심리학과를 전공하고 대기업 입사했지만 음악과 예술심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뒤늦게 경원대 음대에 편입해 음악인의 길을 걸은 특이한 이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2002년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이들 부부는 이태리를 중심으로 산레모가요제 특별방송, 로마축제, 주이프랑스문화원 공연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했으며, 베네룩스 국제송엑스포 작곡상, 편곡상, 대본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우리의 깊이 있는 역사, 문화적 가치를 K-팝페라에 담아 알리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창작 뮤지컬 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노벨문학상 본심에 두 번이나 오른 구상 시인의 대표 시 ‘적군묘지 앞에서’를 노래한 영어 락발라드 ‘An enemy’s graveyard’를 비롯해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옥중서한으로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감동과 용기의 메시지 담은 ‘아들아 아들아(Dear My son)’, 731부대를 배경으로 한 정현웅의 소설 마루타를 뮤지컬로 만든 ‘상평통보’, 항일 영웅 안중근 의사를 물심양면으로 도운 최재형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페치카’ 등 30여 작품이다.
편안하고 안정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는 구미꼬김이 절절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부른 안중근 의사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옥중서한인 ‘아들아 아들아(Dear My son)’는 많은 관객들에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 감동을 자아냈고, ‘조마리아 여사가 타임머신을 타고 와 무대에서 진짜 아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는 찬사와 함께 많은 고정팬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또 일본에서 ‘아들아 아들아’를 불렀을 때는 한 일본인 교수가 법학자로서 눈물을 흘리며 양심선언을 하기도 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 고려인들을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조국의 독입을 위해 항일 영웅 안중근 의사를 도운 최재형 선생의 닉네임을 딴 뮤지컬 ‘페치카’는 아름다운 노랫말에 진심과 감동이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듀오 아임 공연
작품의 작곡과 편곡을 맡고 있는 남편 주세페김은 작품의 대부분이 한국의 역사와 문화, 문학과 인물을 담다보니 다소 무거울 수도 있어 지루하지 않게 풀어갈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작곡 단계부터 세계 무대를 겨냥해 한국어와 영어, 두가지 버전으로 만들고 있단다.
구미꼬 김은 “그룹 ‘듀오 아임’이, 또 우리 가정이 20년간 안정적으로 오기까지는 우리 부부가 서로 음악적 동지로 남편과 아내로 배려하고 신뢰해 왔기 때문에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마음의 감사를 바탕으로 한국의 깊이있는 철학을 세계무대에 아름다운 노래로 밝게 전하기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올 가을 6개월간 미국 연수를 통해 소프라노 구미꼬김으로 마음껏 노래할 생각“이라며 “노래를 할 수 있음이 감사하고, 노래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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