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옷 입은 담벼락 행복한 골목길
서울 사대문을 기준으로 그 안에 있는 것을 내사산, 밖에 있는 것을 외사산으로 나누는데 낙산은 인왕산·남산·북악산과 함께 내사산에 속한다. 이화동은 이 낙산 기슭에 터를 잡은 채 창신, 연견, 충신, 동숭동 등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 예전에 이화정(梨花亭)이라는 누각이 있었다는데, 동 이름을 거기서 따왔다. 이름이 비슷해서 착각하기 딱 좋은 이화장이 그 누각 자리에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로 이사하기 전에 살았던 집이다.
이화동은 대학로에서 놀던 연인들이 해거름을 보기 위해 가끔 찾는 낙산공원으로 그나마 이름 석 자를 알린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낙산공원에 기댈 필요가 없어졌다. 벽화가 낙산공원을 밀어냈기 때문이다.
이화동은 골목의 벽화가 이색적인 동네다. 2006년 8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 공공미술 낙산프로젝트로 이화동은 벽화라는 새 옷을 꺼내 입었다. 낡고 허름한 담벼락 곳곳에 의미 있는 그림들이 채워진 것. 그 거대한 캔버스 속에서 꽃이 피고, 나비가 날고,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었다.
이화동 벽화 여행은 서울사대부설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긴 담벼락 따라가기’라는 주제 아래 이화동의 모습을 담은 것들로 ‘원단배달’, ‘봉제소녀’ 등이 그려져 있다. 이런 그림이 주를 이루는 이유는 이화동이 봉제공장촌이기 때문이다. 이화동에는 아직도 가내수공업형태의 봉제공장 2000여 개가 있다. 낙산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수없이 이화동을 드나들며 이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실제의 모습을 관찰했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담벼락이 끝나고 길은 쇳대박물관을 지나쳐 우측 언덕으로 접어든다. ‘낙타’, ‘산책’, ‘들꽃’ 등의 작품이 보인다. 이 작품들을 감상하며 언덕을 다 올라서면 굴다리길로 이어진다. 낙산공원 바로 아래 있는 길이다. 이 길에는 ‘연인’과 ‘비누방울놀이’ 등의 벽화를 비롯해 다수의 설치작품이 전시돼 있다.
설치작품들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가방 든 남자와 강아지’다. 중절모를 쓰고 양복을 곱게 입은 신사가 허공을 걸어가고, 그 뒤를 강아지가 졸졸 따르고 있다. 어딘지 남자의 어깨가 축 쳐져 보이는 듯해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 새 그림 계단의 굴다리5길. | ||
한편, 낙산프로젝트는 단지 유명 작가들의 작품만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이화동 주민들도 함께했다. 이화동 남쪽 굴다리 아래에 타일벽화가 있는데, 사대부설여중 1학년생들과 경로당 노인들이 솜씨를 뽐냈다. 서툴지만 이화동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읽혀지는 사랑스런 작품들이다.
★길잡이: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마로니에공원→서울사대부설초교 지나 좌측 길→이화동주민센터 끼고 좌측 방향→쇳대박물관→굴다리길
★문의: 이화동주민센터 02-731-0514,
아트인시티 (www. artincity.org) 02-723-265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