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보다 더 복잡…미국 언급 강도 따라 회담 분위기 급변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국은 북한을 옥죄기 위해 북한인권법이라는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지난 200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제정됐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시키기 위해 외부 정보를 북한에 유입시키고, 이를 시행하는 민간 단체들에 대해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2004년 발의된 뒤 이 법안은 2008년과 2012년 두 차례 연장됐다. 그리고 미국 상원은 4월 24일(현지시간), 2022년까지 5년 더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의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의회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기존 북한인권법과 큰 맥락에서 차이는 없지만, 달라진 기술의 흐름에 맞게끔 북한 내 정보 유입 확산을 유도하는 게 특징이다. 이를 위해 대북 정보유입 기기 종류를 기존 라디오 이외에 USB, 마이크로 SD카드, 음성·영상 재생기기, 휴대전화, 와이파이 무선인터넷 등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정보 수신 장치를 북에 유통·개발하는 단체에 지원하는 자금도 늘렸다.
같은날, 북한의 인권유린을 규탄하는 결의안도 발의됐다. 오린 해치 공화당 상원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결의안에는 “북한 수용소를 전면 폐쇄하고 수용소에 수감된 모든 수감자를 석방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인권 문제를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4월 초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직접 미국인 억류자 석방 문제 등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과거 정부가 오래전부터 3명의 인질을 북한에서 석방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채널을 고정해달라”고 밝혔다.
인권을 문제삼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지속적으로 밝혀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달성은 물론, 대북 제재 카드로 활용해온 북한 인권문제도 피하지 않고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1950년 대 후반부터 정치범수용소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5곳의 수용소에 약 12만 명이 감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이달 초 ‘북한 자유주간’을 맞아 낸 성명에서 “우리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세계에서 가장 탄압적이고 폭력적인 정권 치하에서 계속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과 가족을 포함한 약 10만 명의 수용자들에 더해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의해 기본적 자유를 전면적으로 부정당해 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비핵화보다 북한 인권 문제가 더 풀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요소라고 설명이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관계자는 “핵무장은 김정일-김정은 위원장으로 세습되는 과정에서 체제 유지를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선택이었다면, 서방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단순히 ‘정치를 위해 묵인할 수 있다’는 게 통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필요에 따라 이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미국 등은 다르다”고 덧붙였다.
북한인권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북한의 인권 개선 여부 정도에 따라 북한에 대한 제재를 풀 수 있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수준까지 테이블에 인권 문제를 올릴지 모르겠지만 거꾸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 체제 유지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부분도 바로 인권이다. 정상회담 분위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요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내 정치범들에 대해 미국이 석방이라도 요구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우려했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