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라 쓰고 타노스라 읽는다’…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기승전 아이유’
주인공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주인공이 아니다. 여럿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내면서 작품의 인기를 주도하는 인물을 칭하는 단어 ‘하드캐리’의 활약이 영화와 드라마, 예능의 구분 없이 주목받고 있다.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극의 긴장을 높이는 캐릭터를 지칭한다.
현재 극장가에서 흥행 광풍을 몰아치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는 무려 23명의 히어로가 총출동하지만 정작 그들보다 더 눈길을 붙잡는 주인공은 악당으로 나선 ‘타노스’다. 영화가 관객 수를 늘려 가면 갈수록 배우 조시 블로닌이 연기한 캐릭터 타노스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는 상황이다.
드라마도 예외는 아니다. tvN이 방송하고 있는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이선균과 송새벽, 이지아 등 베테랑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섰지만 정작 이야기에 긴장과 이완을 반복해 만들어내는 주역은 가수 아이유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연기 경험이 가장 적은 축에 속하는 데도 작품 안에서의 활약은 압도적이다. 하드캐리다운 맹활약으로 인해 가수를 넘어 연기자로도 재평가 받으면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가수 노사연과 이무송 부부는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의 시청률을 다시 끌어올리는 견인차로 또 다른 활약을 보인다.
# 주연보다 더 확실한 주연…흥행의 히든카드
‘하드캐리’는 사실 대중적으로는 여전히 낯선 단어다. 처음 나온 곳은 온라인 게임이다. 팀워크가 중요한 게임에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carry)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를 뜻하는 단어로 등장해 통용돼 왔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그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졌고, 플레이가 중요한 스포츠를 넘어 이제는 영화와 방송 콘텐츠에서도 적극 사용되고 있다. 꼭 주인공이 아니어도 누구나 하드캐리가 될 수 있고, 그만큼 반전의 활약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에서 더욱 매력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홍보 스틸 컷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서 단연 눈에 띄는 하드캐리로 통하는 타노스는 극 중 절대적인 힘을 확보해 나가면서 영웅들을 유명무실하게 만든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영화 팬을 사로잡고 있는 마블스튜디오가 지난 10년간 축적한 저력을 응집해 내놓은 작품인데도 화려한 히어로들의 활약보다, 오히려 이들을 무력화시킨 악당에 더 눈길이 가는 이례적인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다.
영화가 기록 행진을 이어갈수록 타노스로 대표되는 하드캐리의 역할도 주목받는다. 실제로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는 4월 25일 개봉 이후 최단 기간 100만, 200만, 300만 돌파 등 연일 신기록을 더하면서 700만 관객까지 다다랐다. 관객들은 ‘어벤져스라 쓰고, 타노스라 읽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하드캐리라는 단어가 부각되기 시작한 시기는 2~3년 전부터다. 영화도, 드라마도 여러 명의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른바 ‘멀티캐스팅’이 자리 잡아가는 분위기 아래 다수의 캐릭터 가운데 돋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배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활약에 있어서 주연이나 조연 등 그 비중은 중요치 않다.
방송 중인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그 역할을 맡은 건 아이유다. 앞서 ‘미생’과 ‘시그널’을 만든 김원석 PD가 연출하는 이 드라마에는 유독 연기 경력이 상당한 중년의 배우들이 밀집해 있다. 주인공 삼형제로 나서는 이선균과 송새벽, 박호산은 물론이고 신구, 고두심 등 관록의 배우들이 나서고 있다. 등장인물이 많고, 각 역할마다 가진 개성과 매력도 확실하지만 극에 긴장을 불어넣으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는 인물은 다름 아닌 아이유이다.
드라마에서 아이유는 청각장애인 할머니와 둘이 외롭게 살아온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빚만 남기고 떠난 엄마의 사채를 어린 나이에 떠안으면서 힘겨운 시절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빚 독촉을 일삼던 사람을 우발적으로 살인한 인물이다.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벽을 두르고 살아가다가 만나게 된 남자(이선균 분)를 통해 인간다운 마음을 되찾으며 성장하는 캐릭터다.
사진 출처 = tvN ‘나의 아저씨’ 홈페이지
결코 표현하기 쉽지 않은 인물이지만 ‘나의 아저씨’는 사실상 ‘기승전 아이유’로부터 대부분의 상황이 시작된다. 뮤지션으로는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상당한 팬덤도 구축했지만 연기자로서는 제대로 된 실력을 증명하지 않은 그가 최적화한 캐릭터를 맡아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드라마도 갈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나의 아저씨’의 인기 상승 배경에는 “아이유의 하드캐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이유의 하드캐리다운 활약을 향한 제작진의 믿음도 상당하다.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PD는 “이지은(아이유) 씨가 생각하는 이지안(극 중 인물)보다, 연출자인 내가 생각하는 이지안의 모습이 항상 부족하다”며 아이유의 활약에 드라마 인기의 공을 돌렸다.
# 노사연·이무송 부부, 예능 넘어 웃음만발 하드캐리
일단 나왔다하면 인기 만발이다.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 시즌2에 출연하는 노사연, 이무송 부부의 이야기다. 최근 이 프로그램에 합류해 함께 보내는 일상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이들은 결혼생활 25년째에 접어든 ‘현실 부부’의 매력을 과시하면서 시청률 상승을 이끌고 있다. 매주 월요일 밤 11시대 방송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이 가장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최고의 1분’의 기록은 늘 노사연, 이무송 부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사실 ‘동상이몽’은 그동안 시청률을 이끌어온 추자현, 우효광 부부가 임신으로 하차하면서 화제성 면에서 위기에 직면할 뻔했다. 바로 이때 투입된 노사연, 이무송 부부는 시청률을 다지는 것은 물론 매회 화제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부부를 넘고, 형제를 넘어 전우애로 산다”고 밝힌 노사연의 말처럼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게 인기의 비결로 통한다. 함께 출연하고 있는 소이현, 인교진 부부는 결코 할 수 없는, 때론 거침없고 때로는 솔직담백한 삶의 모습이 ‘동상이몽’ 인기를 높이는 하드캐리로도 통한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