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내 취미는 명함 뿌리기” 등 찰진 드립 유권자 관심 모아
선거를 앞두고 ‘병맛’ 콘셉트의 홍보 전략을 선택하는 후보자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백군기 용인시장 후보 페이스북 표지 이미지.
최근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후보는 백군기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다. 백 후보 선거캠프 SNS팀은 백 후보 개인 계정(@kmageneral) 외에 ‘백군기 대놓고 홍보하기(@backdaehong_, 이하 ‘백대홍’)’ 계정을 운영 중인데, 정치인 SNS 계정이라고 하기엔 낯선 풍경이 펼쳐져 있다.
백대홍에서는 “안녕 날 소개하지, 이름은 백군기. 직업은 취준생. 취미는 명함뿌리기”라고 백 후보를 설명하고 있다. 흔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수십년 전 과거 이력과 경력들을 줄줄이 열거해 놓는 홍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백 후보를 소개하는 카드뉴스에서도 ‘음슴체(명사형으로 문장을 종결해 간결하게 쓰는 방법으로 최근 온라인에서 많이 사용)’를 사용하며 기존의 홍보 분위기와 다른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현피각’, ‘간지’ 등의 유행어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과 같은 드립을 이용해 다소 딱딱한 선거 분위기에 활력을 넣고 있다. 한때 수많은 패러디를 생산해 냈던 ‘아이폰7 107초 광고’도 ‘백군기 버전’으로 제작됐는데, 이 영상은 무수한 자막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콘텐츠들 모두 20·30대 유권자들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백군기 용인시장 후보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이 같은 홍보 전략에 백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SNS팀이) 20대 유권자들을 겨냥해서 재밌게 홍보하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면서 “그 콘텐츠들이 SNS에 업로드되기 전에 제가 한 번 꼭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유행어와 드립들이 이해가 가는가’라는 질문에 백 후보는 “이해는 한다. 하지만 용어들이 익숙지 않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백대홍 관리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렇지 않다. 백 후보는 이 같은 유행어와 드립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설명을 많이 해드려야 하고, 설명을 하고나면 이해를 하신 뒤 웃으시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 관리자는 이어 “백 후보는 우리의 전략과 콘텐츠 내용에 터치(간섭)를 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금의 트렌드고 우리가(20·30대 유권자가) 생각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백 후보의 이미지는 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해 보인다. 하지만 알고보니 다정하고 귀여운 면이 있었다. 이를 표출하기 위해 홍보를 시작했고, 백 후보도 ‘나를 좀 웃겨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며 “20대 총선 때 금태섭 당시 민주당 강서구갑 후보의 홍보 방식을 인상깊게 봐서 이를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금태섭 후보의 홍보가 큰 화제가 됐었다. 그의 페이스북 ‘태섭이 출마했당’ 페이지에는 온갖 드립과 병맛 콘텐츠들이 게시됐는데, 이는 후보 캠프의 SNS전담팀의 홍보 전략이었다. 게시글 중에는 금 후보가 국회 화장실에서 막 걸어나오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그 밑에는 “영역 표시 완료, 태스비 떵따떠 구케에 떵따떠(태섭이 똥쌌어 국회에 똥쌌어)”라는 글이 달려 있다.
20대 총선 당시 금태섭 후보 캠프의 SNS 홍보도 화제가 됐다. ‘태섭이 출마했당’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후보자를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분위기에 자칫 보는 이들이 불쾌함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금 후보 캠프가 예상했던 것처럼 성공적이었다. 젊은 유권자들이 그의 페이스북에 몰렸고, 그곳에는 후보자에 대한 홍보뿐 아니라 ‘화곡역 맛집 지도’ 같은 다양한 게시글들이 업로드돼 작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됐다. 그의 병맛 게시글들은 캡처돼 온라인에 확산됐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정치 신인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지만, 금 후보는 이 전략으로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금 후보의 SNS팀은 금 후보의 아들과 지인 2명으로 구성된 사실이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아들 금중혁 씨는 당시 “후보자 본인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강서구민에게 도움이 되고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자”면서 “특히 우리가 먼저 후보자를 편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정치에 관심 없는 10대 후반과 20대를 투표장으로 이끌고 싶었다”고 밝혔다.
‘랜선효녀’라 불렸던 19대 재보궐선거 박광온 당시 후보자 딸 트위터 프로필 사진.
후보자를 ‘디스(비하)’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사례도 있다. 바로 19대 재보궐선거 때 등장했던 박광온 당시 후보의 딸이다. 그는 ‘랜선효녀’로 불렸다. 랜선효녀는 트위터에 ‘SNS로 효도라는 것을 해보자(@snsrohyodo)’라는 계정을 만들어 박 후보 홍보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인 박 후보를 미화하거나 과대포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광온 씨가 유명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유명한 것도 아닌 사람이 된 이유는 솔직히 못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크고 못생겨서 유명해지지 못한 박광온 씨가…(후략)” 등의 ’무근본’과 병맛 디스로 이름을 알렸다.
이 같은 딸의 디스에 박 후보는 “딸! 아버지가 큰 머리를 물려줘서 미안해. 그 대신 열심히 해서 영통의 큰머리일꾼이 될게!”라고 말했고, 딸은 “알면 됐어요 아버지...(콧물을 닦는다)”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방금 (박 후보의) 보좌관한테 트위터 하지 말라고 전화 받음. 보좌관님 고작 전화로는 저의 온라인효도를 막을 수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외부에서 이미지 타격을 우려했지만, 자신의 전략대로 홍보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당시 선거에서 당선됐고, 20대 국회 재선에 성공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