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오해로 ‘국민 욕받이’ 되거나 덩달아 인지도 상승하기도
동명이인인 정치인들은 가끔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하지만, 가끔은 덕을 보기도 한다. (좌)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우)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성북구청장 예비후보(전 서울시의원) / 연합뉴스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성북구청장 예비후보(전 서울시의원)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각각 6·13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당 김문수’와 ‘한국당 김문수’는 정책이나 노선으로 대립하는 정당에 몸을 담고 있어서 원치 않는 해프닝에 휘말리고 있다.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나 도지산데” 발언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1년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때에 남양주소방서에 전화를 걸어 자신을 도지사라고 밝히며 소방관에게 관등성명을 요구했는데, 이를 장난전화로 오인하고 전화를 끊은 소방관이 전보조치라는 징계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한국당 김문수 후보가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국민적 비판이 일었다. 여기서 또다른 피해자는 민주당 김문수 후보다.
이 사건 당시 민주당 김문수 후보는 SNS에서 온갖 비난을 받았다. 네티즌들이 민주당 김문수 후보를 한국당 김문수 후보로 착각해 욕설이 섞인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오해에 시달린 민주당 김문수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저는 서울시의원 착한 김문수, 걔는 소방관 괴롭힌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도지사 나쁜 김문수”라고 대응했다.
민주당 김문수 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방관 사건’ 때 제가 덩달아서 욕을 먹었는데, 이 같은 답장을 해서 화제가 됐고, 덕분에 포털사이트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었다”면서 “최근에도 페이스북에 제가 글을 올리면 댓글로 ‘무슨 (서울)시장 나온다더니 경기도 갔다가 대구 갔다가 왜 여기 왔느냐’며 욕을 하고 가시는 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민주당 김문수 후보는 이어 “(이름이 같아 저의 입장에선) 홍보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까봐 (걱정된다). 또,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할 때 저는 ‘성북 김문수’ 또는 ‘서울시의원 김문수’라고 검색해야 한다”면서 “주위 가까운 사람들은 개명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개명을 고민할 정도는 아니다. 민주당 성북구청장 후보로 확정되면, 김문수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이번에 지방선거 떨어지는 사람은 정계 은퇴하는 게 어떠냐’고 장난처럼 물어보려 한다”고 여유를 보였다.
안상수 창원시장과 안상수 국회의원(지역구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은 같은 한국당 소속이다. 두 사람 다 잘 알려진 인물로 유권자들에게 적잖은 혼돈을 주고 있다. ‘보온병 안상수’, ‘낙지 안상수’로 알려진 인물은 ‘인천 안상수’가 아니라 ‘창원 안상수’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연평도를 방문해 불에 탄 보온병을 양손에 쥐고 “이게 포탄입니다. 바로 여기 떨어졌다는 얘기네”라고 주장해 화제가 됐다. 또, 2011년 공개된 국회의원 정치자금 지출내역에서 한 해 동안 ‘○○○낙지’ 집에서 32차례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네티즌들로부터 ‘낙지마니아’, ‘낙지성애자’ 별명을 얻게 됐다.
인천 안상수 의원실 관계자는 “창원 안상수가 ‘보온병 사건’을 터뜨렸을 때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보온병 안상수가 인천시장에 출마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며 “또, 안상수 창원시장이 문제가 됐던 법안 발의에 동참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오해가 생겨서 우리가 곤란해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긍정적인 면도 밝혔다. 그는 “안상수 창원시장은 한나라당 대표를 맡은 적 있고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있는데, 그의 인지도가 안상수 의원에게 오버랩돼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면서 “안상수 의원은 보도자료를 적게 내는데 안상수 창원시장은 보도자료를 많이 낸다. 덕분에 우리가 묻어가서 인지도가 높아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잘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데 잘못하면 덩달아 욕먹는 일이 많다”며 “두 분은 이름이 같은데 나이도 같다. 서로 연락을 종종 주고받으며 ‘내가 너 때문에 피해 입는다’며 장난치기도 하더라”고 부연했다.
사진= 트위터 캡처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어차피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인천 안상수와 창원 안상수, 이 두 사람은 정치활동을 하면서 쌓은 인지도만큼이나 ‘비호감’ 이미지도 쌓였다는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인 동명이인 정치인도 있다. 최경환 한국당 의원과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인데, 최경환 한국당 의원은 국정원 특활비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다. 이 두 사람도 소속 정당과 정치 성향이 달라 앞의 ‘두 김문수’처럼 불편함을 자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민평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모든 국회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했는데, 투표 도중 최경환 한국당 의원만 퇴장했다. 이 모습이 방송에 보도가 됐는데, 이를 본 국민들이 (비판과 욕설이 섞인) ‘문자 폭탄’을 보냈다”면서 “나는 그 당시 투표를 하려고 줄 서서 기다리고만 있었는데도 (억울하게 욕을 먹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기자들도 저에 대한 기사를 쓸 때 간혹 혼선을 빚곤 한다. 기사는 저에 대한 기사인데, 사진은 최경환 한국당 의원을 사용할 때도 있다”면서 “20대 국회 초에 최경환 한국당 의원에게 인사를 드리면서 ‘이름이 같아서 (앞으로) 불편하게 됐다’고 먼저 (양해를 구하며)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경환 민평당 의원실 관계자도 “최경환 한국당 의원의 지역구는 경상도 경산이고 우리는 전라도 광주다. 문자 폭탄은 물론이고, 항의전화가 많이 오는데, 항의전화를 받았을 때 상대방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면 (전화를 잘못 거셨다고) 설명한 뒤 전화를 그쪽(최경환 한국당 의원실)으로 돌려준다”며 “두 의원은 서로 알고만 있지 친하진 않다. 또, 우리 쪽 인지도가 더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욕을 더 먹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안 좋은 일이 많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반면, 최경환 한국당 의원실 측에선 큰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그런 일) 우리는 별로 없다. 우편물과 전화만 조금 헷갈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