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시간창고’에 83년 된 이발소
▲ 83년 역사의 성우이용원. | ||
서울역 남서쪽에 자리한 청파동은 동쪽으로 갈월동과 남영동, 서쪽으로 효창동과 공덕동, 남쪽으로 원효로동, 북쪽으로 서계동과 만리동에 둘러싸여 있다. 청파동이라는 이름은 푸른 야산에 동네가 있다고 해서 붙었다. ‘청파’(靑坡)는 색깔이 푸른 고개라는 뜻이다.
청파동으로 들어가려면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숙대입구역 7~10번 출구를 이용해 숙대까지 간 후 숙대 뒤편에 있는 만리시장길에 발을 들인다. 이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시간이 지층처럼 쌓인 청파동의 골목골목을 누비면 된다.
▲ 서민주택들이 모여 있는 골목은 달동네를 떠올리게 한다. | ||
만리시장길을 따라가다 보면 청파초등학교를 지나 배문중고가 나온다. 그 뒤편에는 만리시장이 있다. 그런데 배문중고 바로 못 가 왼쪽 골목에 눈여겨볼 만한 건물이 하나 있다. 성우이용원이다. 1927년 첫 영업을 시작한 이용원이다. 오랜 세월의 무게를 이고 있는 건물은 허름하기 짝이 없다. 슬레이트 지붕과 비뚤어진 문짝, 기우뚱한 건물 등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 날림으로 지은 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이남열 씨가 3대째 성우이용원을 지키고 있다. 그가 이곳을 지킨 지도 벌써 46년 세월이 흘렀다.
만리시장은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활기가 넘친다. 청파동 자체에 서민들이 많이 살기 때문이다. 한편, 배문고 뒷담을 따라 청파로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자그마한 청파시장이 있는데, 이곳은 만리시장에 밀려 거의 고사 상태다. 재래시장에도 치열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길잡이: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7~10번 출구→숙대→만리시장길
▲문의: 청파동주민센터 02-710-311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