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녘의 월영교. 아래 사진은 안동호 KBS 드라마 <해상> 촬영 세트장. | ||
안동댐 하류 약 1km 지점. 조선판 ‘사랑과 영혼’의 다리인 ‘월영교(月映橋)’가 새벽 물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안동의 새벽은 물안개로 시작된다. 마치 털층구름처럼 안동호 위로 가득 피어난 물안개가 봄이 복판까지 치달았음을 알린다. 물안개는 안동댐 월영교를 더욱 낭만적으로 만든다. 달 그림자가 비치는 다리라는 뜻이다. 2003년 개통된 이 다리는 길이 387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목책인도교다.
월영교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물안개가 아름다운 우리나라 최장의 목책인도교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사연이 없었다면 별 주목을 받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월영교는 서로를 각별하게 생각했던 조선시대 부부의 사랑을 모티브로 만든 다리다. 이른바 ‘원이엄마의 사부곡’으로 잘 알려진 사랑이다. 1998년 안동시 택지 개발 때 고성 이씨 무덤 속에서 한 통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원이 아버님께’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1591년 6월 1일 작성된 것이었다.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셨지요.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시나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이승에서 잊을 수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편지만 발견된 것이 아니었다. 병으로 먼저 떠나보내기 전까지 남편의 쾌유를 빌며 자신의 머리카락과 삼으로 엮은 미투리를 비롯해 아기에게 입히려던 배내옷도 함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공개되자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깊은 사랑에 눈물을 훔쳤다. 월영교는 이 이야기를 영원히 기억하고자 아내가 만들었다는 미투리 모양을 담아 지은 것이다. 미투리처럼 촘촘하게 나무 난간이 설치되었고, 직선이 아니리 곡선을 그리며 강 한 가운데로 뻗어나간다.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는 월영정이라는 정자가 하나 놓여 있다.
월영교는 그간 말썽이 생기면서 보수를 거듭했다. 2003년 개통되었지만, 나무로 만든지라 3년 만에 상판이 썩어 2007년 10월부터 전면 통제되다가 지난해 1월 말끔히 단장하고 새로 선보였다. 월영교는 ‘사랑이 이루어지는 마법의 다리’로도 유명하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이 다리를 건너면 더욱 마음이 애틋해져서 좋은 결실을 맺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유독 젊은 남녀의 방문이 잦다.
한편 월영교 주변에는 볼거리들이 더러 있다. 시내 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우측에 신세동 모전석탑이 있고, 안동댐 너머에는 KBS 드라마 <해상> 촬영 세트장이 설치돼 있다. 신세동모전석탑은 통일신라의 것으로 국보 제16호로 지정돼 있다. KBS 드라마 <해상> 촬영 세트장은 안동댐 선착장에 있다. 이곳에서 <태조왕건>, <명성황후>, <제국의 아침> 등이 촬영되었다. 고려시대의 목선 6척과 초가 등의 시설이 설치돼 있다. 세트장 쪽으로 따라 도는 호반도로가 운치 있다.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서안동IC(좌회전)→34번국도→법흥육거리에서 왼쪽 안동호 방면→신세동 모전석탑→월영교→KBS 드라마 해상 촬영 세트장.
▲문의: 안동시청 문화관광포털(http://www.tourandong.com) 054-856-3013, 840-659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