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동백 파란 물빛 ‘동양의 나폴리’
▲ 동백꽃 만발한 남망산공원에서 연인이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 ||
예술계 거장들 나고 자란 고향
아름다운 자연은 인간의 감성을 풍부하게 한다. 그 점에서 통영은 예술가를 키우는 비옥한 밭이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통영의 자연은 위대한 음악가인 윤이상을 비롯해 김춘수, 유치환·치진 형제, 김상옥, 박경리, 전혁림을 낳았다. 통영에는 이들을 기리는 장소들이 곳곳에 있다. 그곳들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여행이 완성되는 곳이 통영이다.
통영여객터미널에서 통영대교 방면으로 가다보면 도천동을 지나게 되는데 윤이상이 태어난 곳이다. 일대가 윤이상 거리로 지정돼 있고, 윤이상 기념공원이 들어서 있다. 그뿐이 아니다. 통영에서는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매년 봄, 통영국제음악제를 개최하고 있다. 윤이상기념공원 북쪽의 향남동에는 시인 김상옥과 청마 유치환 거리가 있다. 곳곳에 시비(詩碑)들이 서 있다. 소설가 박경리는 산양읍에 묻혔다. 그곳에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얼마 안 있어 통영 예술여행을 더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화가 전혁림을 뺄 수 없다. 그는 현재 94세의 나이로 활동 중이다. 시력도 청력도 좋지 않지만 여전히 그림을 그린다. 통영대교를 건너 미륵도로 가면 봉평동에 미술관이 있다.
일부러 그들의 흔적을 좇지 않더라도 남망산공원만큼은 반드시 들러보는 게 좋다. 통영여객터미널 바다 건너편 자그마한 산에 들어선 조각공원이다. 산이라고는 하지만 높이가 80m에 불과하다. 시민문화회관이 있고 그 주변으로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기슭에는 조선시대에 무과시험을 치렀다는 열무정 활터와 자전칠기전수회관이 있다.
이 예술공원에는 봄꽃이 주체를 못할 정도로 만발했다. 드문드문 서 있는 벚나무의 연분홍 꽃은 두말할 나위 없고, 동백과 개나리도 붉고 노란 색을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에 풀어놓는 듯하다. 공원 초입의 목련은 하늘의 구름보다 더 하얗다. 기왓장이 고풍스런 건물 위로 가지를 늘어뜨리며 꽃을 피운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국보와 어우러진 붉은 동백
남망산공원에서 5분 거리의 세병관도 동백이 붉기로 유명하다. 사실 세병관은 통영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가는 곳이다. 세병관은 그러나 아무렇지도 않게 두고 가기에는 ‘안타까운’ 곳이다.
▲ 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통영항. 남망산공원에 개나리와 동백이 화사하게 피었다. | ||
건물 주변에는 동백나무가 담장을 따라 심어져 있다. 동백꽃의 꿀을 빨아먹는 직박구리의 지저귐이 끊임없이 울리고, 바람보다 그들의 부리로 인해 더 많이 떨어졌음이 분명한 붉은빛 선연한 낙화들이 나무 그늘 아래 가득하다. 세병관 입구에는 장승 하나가 서 있는데, 이 외로운 석물에게도 눈길 한 번 줄 일이다. 1906년 세워진 토지대장군으로 머리 위에 벙거지를 썼고, 눈알은 툭 튀어나왔으며, 코는 넓적하고, 커다란 송곳니를 드러낸 채 웃고 있다.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이 장승의 곁에는 함께 있어야 할 여장군이 보이지 않는다. 거의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장승(홀로 서 있는 장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다도해 해거름 일품 달아공원
사람들이 세병관의 존재를 가벼이 여기는 이유는 바다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선 통영에 닿으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래서 대부분 통영의 여행은 바다가 주제가 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다. 한 번 미륵도 산양해안도로를 따라 달려본 사람이라면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미륵도는 해저터널과 통영대교 등에 의해 연결된 통영시 남쪽 섬이다. 산양해안도로는 통영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시작된다. ‘꿈길 60리’라 부르는 길이다. 그 이름에 과장이 없음은 이내 알게 된다. 굽이굽이 해안을 따라 도는 길이 드라이브에 재미를 주고, 오른쪽으로 드넓은 바다가 달려든다. 깊은 곳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코발트블루의 바다다.
▲ 통영운하 야경. | ||
화평리 해안을 돌아 나온 후 달려온 만큼의 길을 더 가면 달아공원이 나온다. 미륵산과 함께 통영에서 손꼽히는 다도해 전망대 중 하나다. 앞바다에 올망졸망 떠 있는 유도, 소장재도, 대장재도, 쑥섬, 곤리도, 가마섬, 추도 등이 해거름 풍경을 완성한다.
해거름을 감상한 후에는 다시 왔던 길을 달려 통영대교로 향한다. 화평해안도로를 돌 필요가 없으니 약 20분이 채 안 걸린다. 하늘에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초저녁 통영운하의 경치가 기막히다. 통영운하는 총 길이 1420m, 너비 550m 규모로 1927년 5월부터 1932년 12월까지 약 5년 6개월 동안 건설되었다. 통영시와 미륵도 사이에 운하가 있다. 통영운하의 야경 포인트는 통영대교다. 유선의 수로를 빠져나온 배들이 다리 아래로 쉴 새 없이 오간다.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비룡분기점→대전통영간고속국도→통영IC→14번 국도→미늘삼거리에서 좌회전→남망산공원
▲먹거리: 통영까지 가서 싱싱한 생선회를 맛보고 오지 않을 수 없다.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해저터널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도천동 횟집단지가 나온다. 새통영횟집(055-643-2287), 일성횟집(055-645-1123) 등 규모가 거의 비슷한 횟집들이 100m도 넘게 줄지어 서 있다. 이 횟집단지의 특징은 ‘막썰이회’를 내놓는다는 것. 우럭, 도다리, 볼락, 감성돔 등 자연산 회를 막 썰어서 일명 ‘방석’이라 불리는 무채를 깔지 않고 푸짐히 내놓는다. 가격은 4만~7만 원 선.
▲잠자리: 여객선터미널 근처에 윈저모텔(055-648-8980), 리베라모텔(055-641-6003) 등 깨끗한 모텔들이 많다.
▲문의: 통영시 관광과 055-645-010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