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변경한 개정 정관도 원천 무효화…현 집행부 해산 가능성도
‘보험설계사 성폭행 사건’에서 무혐의로 불기소 송치된 김흥국이 18일 회장 권한을 남진 대한가수협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18일 대한가수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월요일 이후 원로회와 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 김흥국 회장이 초대회장을 역임했던 남진에게 회장 권한을 넘기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까지 김흥국 회장의 남은 임기는 보장되지만 협회 내 회장의 권한으로 이뤄지던 업무는 남진이 대행하게 된다.
당초 이 비대위는 지난 15일 출범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내부에서 의견 차이 등으로 인한 논의가 이어지면서 당일 출범식이 연기됐다. 이후 지난 17일 김흥국이 남진에게 비대위원장직을 요청하고 회장 권한을 넘기면서 정식으로 비대위 구성이 이뤄졌다.
남진은 협회 소속 가수들에게 “김흥국 회장이 현사태를 수습하고 조속한 협회 정상화를 위해 저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간곡히 요청했다”라며 “우리 협회를 직접 창립한 초대회장으로써, 또한 가수선배로써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면 오늘(18일)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측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협회 정관이 정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일 협회 임시총회에서 통과된 정관 개정안을 겨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시 협회 집행부는 6대 회장선거를 앞두고 선거와 관련한 정관을 대폭 개정했다. 이 개정 정관에는 만 65세 이상 임원 선임 불가와 회장 선거 간선제 등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 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김흥국 회장을 제외한 이사회가 개최돼 정관 개정안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 이날 개정안이 무효로 의결됐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원래 정관대로 선거가 이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흥국이 회장 권한을 남진에게 넘기면서 현 집행부의 거취가 애매해졌다. 현재 대한가수협회의 집행부의 주축이 된 이사들은 대부분 회장이 직접 뽑은 ‘지명 이사’들이다.
협회 내에서는 지명 이사들의 선임 과정에서 정관에 명시된 ‘총회의 인준’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해 이들 집행부의 정통성을 부정해 왔다. 비대위 측이 정관대로 협회를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들의 거취 역시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비대위 관계자는 “현재 집행부 소속 이혜민 상임부회장이나 김학래 이사 등과 관련해서 김흥국 회장이 별도로 만나서 비대위 관련 이야기를 전했다고 들었다”라며 “회장 권한이 비대위로 넘어가는 현재로써는 임원(이사회)을 해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 같은데, 굉장한 반발에 부딪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남진을 위원장으로 추대한 비대위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기 총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