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서 안빼면 함께 못해” 비대위도 두 갈래로…‘6월 회장 선거’ 지지 후보가 달라서?
지난 10일 서울 상록회관에서 열린 대한가수협회 원로 가수 간담회에서 협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박일남 고문(사진)이 추대됐다. 이종현 기자
지난 10일, 대한가수협회 전국 지회·지부 이름으로 개최된 원로가수 간담회에서는 원로가수이자 현 대한가수협회 고문으로 재임 중인 박일남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총 8개 지회·지부의 회장과 회원들이 모였으며, 그 가운데 박일서 등 제명된 이사 3명이 포함됐다.
이 간담회에서 발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밝힌 대책위 구성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5월 1일 임시 총회에서 통과된 ‘졸속 정관’ 개정 무효 ▲제명된 이사들의 복권 ▲김흥국 회장의 퇴진 등이다. 지난 1일 대한가수협회 임시총회에서 통과된 정관 개정안에는 만 65세 이상 임원 선임 불가와 회장 간선제 등이 포함돼 회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던 바 있다.
비대위는 앞으로 4개월여 남은 회장 임기를 보장해주는 대신 김흥국이 회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일서를 포함한 제명 이사들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만 김흥국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박일남은 “김흥국 등 협회 집행부에 의해 제명된 이사들은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제명된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김흥국이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들에게 사과한다면 그의 명예로운 퇴진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서 역시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김흥국이 공식적으로,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는다면 저는 끝나지 않는다. 끝까지 가겠다”라며 “일단 사과를 하고, 저를 비롯해 제명당한 이사, 지부장들을 복권시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열린 간담회에 박일서 전 상임부회장도 참석했다. 이종현 기자
그런데 이날 비대위가 발족된 직후, 같은 날 오후 대한가수협회 내 또 다른 비대위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전국 13개 지회·지부장과 전현직 대한가수협회 임원, 가수원로회, 한국방송가수노동조합 등이 동참한 이른바 ‘제3세력’ 비대위다. 위원장으로 대한가수협회 초대 회장인 남진을 내세운 이들은 현 집행부인 김흥국의 편도, 제명된 박일서의 편도 들지 않은 채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두 비대위의 최종 목적은 같다. 현 집행부에게 대한가수협회 폐단의 책임을 묻고, 이후 회장선거를 통해 추대되는 새로운 집행부로 하여금 투명한 운영을 약속 받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일 임시총회에서 통과된 정관 개정안의 무효와 김흥국 회장의 퇴진에 대해서는 제3세력 비대위 측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제3세력’ 비대위 측은 김흥국 등 현 집행부는 물론이고 박일서에게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 비대위 관계자는 “박일서 역시 대한가수협회와 관련된 많은 논란의 핵심당사자로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라며 “그가 함께하는 비대위와 우리는 절대 같이 가지 않는다. 박일서가 빠지지 않는다면 그 쪽이 꾸리고 있는 비대위와 우리 쪽은 통합될 일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박일남 고문은 다소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앞선 비대위에 위원장으로 추대됐던 그가 이 제3세력 비대위에도 찬성의 뜻을 밝힌 사실이 확인된 것. 박일남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비대위는 두 개가 아니라 하나로 통일된 것이고, 박일서를 물러나게 하겠다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박일서도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지만 그 문제가 제명에 이를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비대위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작 제3세력 비대위 측은 “박일남 고문이 잘못 알고 있다. 우리가 꾸린 비대위가 박일서 측이 주축이 된 그 비대위와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일 그 비대위가 박일서와 같이 가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다면 우리 비대위와 합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럴 이유가 없다. 박일서 역시 가수협회에 남아선 안 될 사람”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결국 양측 비대위의 의견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대한가수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르면 오는 6월 치러질 회장 선거를 앞두고 각자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갈리는 것도 비대위가 두 개로 나눠지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협회 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 집행부는 김학래 부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박일서 역시 올해 초부터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던 바 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제3세력이 지지하는 회장 후보다. 아직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협회 내에서는 “유명 성인가요 가수 가운데 이번 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암암리에 밝힌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제3세력 비대위 측이 이 가수를 회장 후보로 추대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비대위는 “늦어도 7월 중에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뒤 해산할 것”이라는 입장만을 밝혀 왔다.
한편, 김흥국 회장과 이혜민 상임부회장, 김학래 부회장 등 집행부를 제외한 대한가수협회 임원들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측에 정관 개정안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정관 개정안이 통과된 지난 1일 임시총회가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 아니므로 무효이며 이에 따라 개정안 승인을 불허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하나 잦아들면 다른 하나 삐죽…김흥국 이번에는 ‘사문서위조’ 혐의 지난 8일 보험설계사 성폭행 사건이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종결되면서 김흥국을 둘러쌌던 ‘미투’ 의혹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모양새다. 그런데 대한가수협회 내에서 불거졌던 김흥국과 박일서의 공방전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의 사건이 잠잠해질 때마다 가지를 뻗듯 또 다른 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미투 사건이 무혐의로 송치된 당일, 박일서는 김흥국을 사문서 위조 및 행사 등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8일 ‘미투 사건’의 혐의에서 벗어난 김흥국이 같은 날 박일서 등 제명이사들로부터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피소됐다. 박은숙 기자 이들에 대한 선임이 총회의 인준을 받았다는 근거자료로 제출된 문서가 바로 박일서 측이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총회 의사록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이 의사록에는 총회가 지난 2월 28일 대한가수협회 회의실에서 개최됐다고 명시됐으며, 사임한 3명의 선출 이사들의 인감이 날인돼 있다. 문제는 이날 총회가 개최된 적이 없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한 협회 관계자는 “김흥국이 회장으로 취임하고 3년간 총회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총회 의사록이 남을 수가 있나”라며 “지난 3월 21일 협회 집행부가 등기신청을 하는데 ‘왜 총회 의사록이 없느냐’는 지적을 받고 허위로 의사록을 꾸며낸 것이다. 이날 총회가 개최된 바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총회 회의록에 찍힌 사임 이사들의 인감도 문제가 됐다. 박일서 측은 “당시 사임하는 이사들에게 물어 보니 ‘(집행부가) 사임 등기 작성에 필요하다고 해서 인감증명서를 발급 받아 주었을 뿐, 총회 의사록을 작성하는 데 썼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집행부가 사임 이사들의 동의 없이 임의로 명의를 위조해 기명날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사임 이사들은 대한가수협회가 그토록 강조하던 협회의 ‘젊은 피’들로, 성인가요는 물론 케이팝 영역에서도 유명한 가수들로 확인됐다. 협회의 한 원로는 “밖에서는 젊은 가수들에게 협회 가입과 활동을 독려했으면서 안으로는 이런 의혹이 불거질 만큼 엉망으로 운영한 것이 아니냐”라며 “앞으로 활동할 비대위와 함께 검·경 수사에서도 집행부의 운영 문제점이 낱낱이 밝혀져 자정되지 않으면 회장이 바뀌더라도 똑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답변을 듣기 위해 대한가수협회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받을 수 없었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