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일남 언론인 | ||
이따금 흘리거나 듣던 얘기라서 갑작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힘없는 대통령을 자인한 시점과 함의(含意)가, 경황없이 수세에 몰린 그의 총체적 위상과 더불어 이번에는 좀더 절박한 느낌을 준다.
입이 여문 노 대통령의 언제나처럼 솔직한 입장 정리로 여길 수도 있다. 헌법에 규정된 막강한 권능이 어디라고, 자진해서 천기를 누설하듯 그렇게 나약한 소리를 할까 싶은 생각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수긍이 간다. 객관적 체감 지수는 그 이상인 것이다.
집권 반 년에 이미 터져나온 구설의 난도질이 벌써 치명적 수준인 탓이다. 공세는 안팎을 가리지 않았다. 임기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소리에,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능멸이 끊임없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한탄 끝에 들먹인 정권 퇴진운동 불사론이 결정판 구실을 한다.
남은 임기 사 년 반이 아직 창창하기 때문에도 대통령의 어쩐지 피로한 기색은 곤란하다. 언행에 권위를 회칠하는 대통령도 싫지만, 영이 서지 않을 정도로 휘둘리는 대통령은 더욱 난감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안면을 바꿔 강한 면모를 꾸밀 계제가 못된다. 뒤통수를 치는 대신 면전에서 확 까발리는 노무현 스타일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억지로 힘의 복원을 꾀하기보다는 힘이 없어 한층 당당한 모습으로 거듭나기 바란다.
공연한 역설이 아니다. 하나의 단서를 그토록 신선했던 취임식 연단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때 공언했던 탈권위주의는 이미 성공하지 않았는가.
참여정부 탄생으로 확인한 이런 변화는 노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와 정책다운 정책이 없다는 비판에 가려 사람들의 눈에 잘 들어오지조차 않는다. 무엇에 앞서 중요한 경제가 영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아마추어 청와대’의 연이은 실태(失態)마저 겹쳐 진퇴양난의 지경을 헤맨다.
개중에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이 메이저언론과의 관계다. 비판에 대한 반론을 ‘전쟁’으로 표현할 만큼 심한데, 맺고 끊는 것이 분명한 대통령의 투박한 어투는 말실수로도 이어지기 쉬웠다.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말로 먹고 사는 언론이 그걸 가만히 놔둘 리 있나. 낚아채듯 일일이 달라붙어 대통령의 품위를 재는 물증으로 두고두고 써먹는다.
품격을 따지기로는 그런 언론 역시 문제가 많다.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견제는 당연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누구 말대로, 일요일만 빼고 매일같이 나열하는 대통령 탓이 어느덧 피곤하다.
5년을 넘어 6년째 계속되는 편향된 비판도 비판인가. 본래적으로 미운 감정의 연장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만한 총공세 앞에 어느 정권인들 온전하랴. 비슷한 차원에서 외부 기고마저 내용이 거의 같다. 그것은 또 하나의 코드 맞추기와 어떻게 다를까. 대신문의 대신문다운 금도에 입각하여 깊이 생각해야 할 단계다.
하다가 나온 노무현 대통령의 일부 신문에 대한 소송은 너무 많이 나간 발상이지 싶다. 그럴 권리가 있고 심정적으로는 열 번도 더 이해하지만 중재장치를 거쳤으면 나았을 게다. 대통령 자리는 참을 인(忍)자 ‘셋’을 몇 곱절 늘리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려나 힘없는 대통령의 저런 ‘고백’이 마음에 걸린다. 노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서 다짐한, “소수파의 당당한 논리로 정부를 확실히 개혁하겠다”는 말을 확실히 믿어 보기로 한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