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 ||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은 ‘국민연금의 8대 비밀’이라는 글이었다.
이 가운데 배우자가 사망하면 하나의 급여만 받을 수 있는 병급조정, 보험료를 안낼 경우 재산압류의 합법성, 신용카드 납부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성 등이 엄연한 사실로 드러나자 국민연금 반대운동은 들불처럼 퍼져 국민연금을 존폐의 위기까지 몰고 갔다. 이렇게 되자 보건복지부는 부랴부랴 국민연금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주요내용은 저소득층에 대한 납부예외와 보험료 인하를 손쉽게 하고 체납처분과 재산압류조치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배우자의 분할 연금과 자신의 노령 연금을 동시에 수령하게 하고 60세 이후에 소득이 생겨도 일부연금을 지급하는 등 까다로운 연금수급조건을 개선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렇게 되면 내는 것과 받는 것이 모두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 역시 속임수 땜질처방이라는 불신을 낳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근본대책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내봐야 국민연금은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불신, 더 내고 덜 받는 조정을 반복하면서 국민들의 재산만 앗아간다는 불안, 실업과 신용불량으로 생계조차 불안한 서민들 갈취라는 분노 등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그동안 국민연금이 정치적 사생아로 태어나 파행으로 운영된 사실을 모두 밝힌 뒤 사과를 하고 국민과 함께 사회보장용 공적연금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차제에 그동안 여러 차례 논란을 벌인 기초연금제, 기업연금제, 비례연금제, 사보험 등을 연계하여 사회안전망으로서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포괄적인 연금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고갈되는 연금재정을 방치할 것이냐 아니면 더 내고 덜 받을 것인가 양자택일을 하라고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르는 것밖에 안된다. 국민들도 감정에 치우쳐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부정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불가피한 사회보험제도다. 따라서 폐지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더 내고 덜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하고 정부와 함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고 발전시키는 지혜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