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률을 올려야 민심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선거와 여론조사를 대비해보면 여론조사 무용론이 제기될 만하다.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가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맞히긴 했어도 차이가 워낙 커 맞혔다고 하기에 민망한 결과도 있었다.
2010년 지방선거는 대표적인 ‘맞히고도 민망한’ 상황이었다. 최대 관심지역인 수도권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과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약 20% 가까이 났다. 지지율 격차는 선거기간 내내 이어졌다. 선거 2주 전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당시 시장은 47%를 지지율로 35.1% 지지율을 기록한 한 후보를 11.9%포인트 앞섰다. 특히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오 시장이 50.8% 지지율로 28% 지지율을 기록한 한 후보를 22.8%포인트까지 따돌렸다.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김문수 당시 경기지사는 단일화를 통해 야권 통합후보가 된 유시민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서 있었다. 2010년 5월 27일 공중파 방송3사 공동으로 실시한 선거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는 44.7%의 지지율로 유 후보를 12.1%포인트 차이로 앞서 있었다.
막상 투표함을 까보니 20%포인트 이상 차이 나던 서울시장은 오 시장이 47.43%를 득표해 겨우 0.6%포인트 차이로 신승을 거뒀다. 경기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12%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여론조사 차이와는 달리 김문수 지사가 4.41%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승리했다. 10%, 20% 차이 압승을 말하던 여론조사와는 사뭇 달랐다.
2012년 19대 총선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총선은 2011년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한 안철수 바람과 디도스 사건으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이 질 수 없는 선거란 말이 나왔다. 전문가들도 일제히 130석 이상 140석까지 1당 자리를 놓고 새누리당과 경쟁하리라는 예상을 내놨다. 하지만 당시 새누리당은 뉴타운 바람을 타고 선거판을 휩쓸었던 18대 총선에서 얻은 153석에서 1석 빠진 152석을 얻으며 원내 과반 확보에 성공했다.
2016년 총선은 여론조사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해로 기억된다. 2016년 초에는 새누리당이 개헌저지선인 200석을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개헌을 걱정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총선을 3일 앞둔 4월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발표는 새누리당 157석에서 175석, 더불어민주당 83석에서 100석, 국민의당 25석에서 32석까지를 예측한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얻어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새누리당은 122석에 그쳤다. 국민의당도 예측 범위를 넘어선 38석의 의석을 획득했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180석을 예상했던 한 정치평론가는 “당시 주변에서 다들 160석 이상 예측했다. 나만 틀린 게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며 “150석 이하로 예측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있는데 그 사람들도 맞다는 확신보다는 남들과는 다른 결과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여론조사 결과가 압도적이었다”고 회상했다.
2016년 총선 당시 정세균 당시 종로구 후보의 트윗(위). 종로구 선거 결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이 출마한 종로구 선거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은 정 의장이 여론조사 결과가 17.3%포인트 차로 크게 지는 것으로 나오자 정 의장은 트위터에 ‘이 숫자를 꼭 기억해 주십시오.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해보이겠습니다’고 보내면서다. 실제로 선거 결과는 여론조사 결과와 정 반대로 정 의장이 12.9%포인트 차이로 이겨 압승으로 끝났다.
여론조사가 이렇게 쉽게 뒤집히다 보니 직접 현장에서 뛰는 정치인들마저 무엇을 기준으로 여론을 파악해야 할지 쉽게 알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번 지자체장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가 선거 결과와 안 맞는 경우가 많다보니 정치인들도 잘 안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지지율 차이가 커도 내가 당선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론 조사는 왜 실제 선거와 큰 차이를 벌이는 걸까.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응답률을 꼽는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대표는 “통계학자들이 전제로 하는 여론조사는 샘플링을 뽑은 뒤 그 샘플들의 응답률이 100%인 경우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미국은 샘플을 두고 그 응답률을 과거에는 약 30%, 현재는 10% 이상 수준까지는 관리한다. 하지만 한국의 여론조사는 3만 명에게 전화를 돌리고 그 중에서 응답한 사람 800명을 가지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게 맞으면 이상한 것이다”라며 “선관위에서 현재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제한하는데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응답률을 기준으로 5%나 10% 이하는 발표하면 안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드루킹이 댓글 달아 여론조작 했다고 하는데 2010년에 한명숙 후보나 유시민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20%, 10% 차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이게 더 큰 여론조작일 수 있다. 20%포인트 차이에 지레 포기하고 투표장에 안 간 사람이 10명 중 1명만 되더라도 0.6%포인트 득표율 차이는 뒤집어질 수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