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임준선 기자
5일 법원행정처는 ‘판사사찰 및 재판거래’ 의혹 문건 중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 조사결과보고서에서 인용한 90개 문건과, 언론에서 추가 의혹을 제기한 문건 5건 등 총 98개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법원 구성원에 대한 안내말씀 자료’를 통해 “조사보고서에서 인용된 90개 파일을 개인정보보호법과 사생활의 비밀침해 방지 등을 고려해 비실명화한 후 공개했다”며 “현재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중요 문서 5개와, 추가조사위원회에서 조사하였다는 이유로 특별조사단 보고서에 인용되지 않은 문서 3개도 함께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98개 문건 외에 ‘특정 언론기관이나 특정 단체에 대한 첩보나 전략’ 등 228개 문건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문건 중에 앞서 보고서에 인용되지 않았던 문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월호사건 관련 적정관할법원 및 재판부 배당방안’과 ‘BH 민주적 정상성 부여 방안’, ‘BH배제결정 설명자료’, ‘VIP 보고서’ 등 문건이다.
이중 ‘세월호사건 관련 적정관할법원 및 재판부 배당방안’은 공개 전부터 일부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기도 했다.
사법부가 ‘세월호 사건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대외적 홍보 효과를 위해 재판부를 어디에 맡길지 검토하는 내용이다. 특별재판부나 수석재판부에 맡기는 방안을 위해 사무분담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돼 논란이 불거졌다.
‘BH 민주적 정상성 부여 방안’은 상고심 판사를 임명할 때 청와대가 사실상 임명권을 행사하면서도, 외견적으로는 사법부 독립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내용으로 전해졌다.
‘BH배제결정설명자료’는 정치적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는 당시 여당의 지적과 관련, 정치적 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해명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에 상고법원 도입 어필을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VIP 보고서’는 상고법원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대법관 증원’은 민변 등 진보세력이 대법원 입성을 노리고 하는 주장이라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부적절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핵심 의혹문건이 전부 공개되면서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일고 있는 일선 판사들의 조직적 행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날 오후 열리는 사법발전위원회와, 7일 전국법원장간담회,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문제의 문건 검토를 통해 사태 후속조치에 대한 의견을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특별조사단은 지난달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보고서에 재판 독립과 법관 독립 또는 법관들의 기본권을 침해했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90개 문건과, 이와 중복되거나 업데이트가 된 84개 문건 등 총 174개 문건을 인용했다.
하지만 사법행정권남용과 관련성은 있지만 재판 독립 침해 등 우려는 없는 236개 문건에 대해서는 따로 보고서에 인용하지 않고, 문건 파일이름과 암호설정 여부만 별첨자료에 공개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관련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려면 문건을 보고서에 인용하는 수준에서 머물지 말고, 완전 공개해 국민이 직접 보고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어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내부 투표를 거쳐 문건 410개 전부를 대표회의 측에 공개하라고 법원행정처에 요구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