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후보 병역기피 의혹, 해명할수록 불신만 증폭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을 추궁하는 자유한국당 현수막
[대전=일요신문]육심무 기자 = 공식선거운동이 반환점을 돌아선 가운데 대전시장 선거 운동과 관련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사진이고, 자유한국당은 허태정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하는 ‘발가락’ 현수막이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경쟁 진영이었던 정국교 전 의원 등이 제시했던 허태정 후보에 대한 의혹들 가운에 가장 큰 파괴력을 가진 것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 오른쪽 엄지 발가락을 훼손했다’는 의혹이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당내 인사가 ‘병역기피 의혹이 있다’고 간략히 언론에 제기했던 이 사안은 현재 대전시장 선거전의 가장 큰 쟁점으로 치열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먼저 자유한국당은 허태정 후보가병역 기피를 위한 자해가 아니라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발가락을 다쳤다면 어느 공사장에서 누구와 일을 하다가 어떻게 다쳤는지와 산업재해 처리를 하지 않고 본인이 치료비를 낸 이유 등을 추궁하고 있다.
박성효 대전시장후보가 5일 허태정 후보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또 상식적으로 사람이 공사장에서 발가락을 다쳤다면 응급처치 이후에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충남대 병원 등 큰 병원을 찾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며, 발가락이 잘릴 만큼 아팠는데 다친 장소와 공사 내용 및 같이 있던 사람 등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돈이 없어 노가다를 했다면서 산재처리를 하면 전액 보험에서 치료비는 물론 치료기간에 상응하는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황을 마다하고 아무 이유없이 자신이 치료비를 냈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욱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몇 년이 지난 후에 모든 발가락이 절단되어야 받은 수 있는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장애소견서를 발급한 의사와 공동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고, 발가락 부상으로 손가락 훼손에 해당하는 6급1호 판정을 받은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밖에 송행수 중앙당부대변인이나 조승래 선대본부장 등이 비교적 적극적인 해명을 하는 반면에 당사자가 직접 사안에 대한 해명에 나서지 않는 것은 위증에 따른 공방이나 책임을 피해가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야간 유세중인 허태정 후보와 지지자들
공방이 진행되면서 허태정 후보가 법에 정해져 있는 규정에 따르면 예나 지금이나 받을 수 없는 장애판정을 받고 16년간 장애인 혜택을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전 유성구청장으로 재직해온 지난 8년동안 장애인 관련 감독권을 행사하는 책임과 권한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된 장애판정을 바로잡지 않은데 대한 도덕적 해이도 공격받고 있다.
허태정 후보 캠프는 지난 1989년 아는 사람의 소개로 대덕구 대화동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던 중 철근이 떨어져 엄지발가락을 크게 다쳤고, 당시 대화동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 치료를 받고 결국 엄지발가락을 절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재처리는 하지 않고 치료비는 본인이 냈으며, 공사장이 어디인지, 무슨 공사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산재 처리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승래 선대본부장은 당시는 아마 산재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은 시기였고, 노동현장에서 다치면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고 후 10여 년이 지나 2002년 장애 판정을 받은 것과 장애 판정을 받을 수 없는 부상임에도 6급 장애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의사의 소견서를 제시한 것으로 갈음했다.
캠프관계자들은 4일 “후보가 알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진단하러 갔다는 것과 진단을 받았다는 것 두 가지 뿐”이며 “의사소견을 밀봉해서 행정기관에 보내면 개봉해서 장애등급을 부여하는 시스템이었다”는 말로 장애판정에 대해 허 후보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해명은 의혹을 해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거짓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만 증폭시켰다.
먼저 1989년 당시 이미 산재는 규모에 관계없이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법이 시행되고 있었다.
해명 하룻만에 법을 다루는 국회의원이 무식한 건지 아니면 고의로 거짓말을 한 것인지를 택일해야하는 궁색한 처지가 됐다.
허 후보의 6급 1호 절단장애등급은 손 부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발가락이 없는 이가 받을 수 없는 장애등급이며, 허 후보가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2002년과 지금의 장애등급 판정 기준은 변동이 없다.
장애등급판정기준을 보면 장애등급 6급 1호는 ‘한 손의 엄지손가락을 지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으로 적시되어 있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가 없어야 한다는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사실이 박성효 후보의 기자회견에서 드러나자 허태정 캠프에서는 5일 발가락과 손가락이 행정기관의 업무착오로 오판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산재로 발가락 4개를 잃은 동구 주민이 장애등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발과 관련된 장애등급 중 최하위인 ‘6급 4호’ 판정 기준도 ‘한 다리를 리스프랑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으로 발가락 5개가 모두 절단되어야 ‘6급 4호’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파제 공사 현장에서 산재로 발가락 4개를 잃은 대전시동구 맹모씨는 5일 “발가락 4개를 다쳐 3개월 동안 상급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하급병원에서 2개월 더 치료를 받은 후 장애등급을 신청했지만 해당 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면서 “예나 지금이나 장애등급 판정 기준은 동일한데 저처럼 보행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 사람도 장애등급을 받지 못하는데 발가락 하나로 어떻게 장애등급을 받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장애인단체연대는 5일 허태정 후보의 부정 장애인 등록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한편 민주당 조승래 의원 등은 “의혹 제기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며 “의혹을 제기하면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사실이 아닌 것을 입증하란말이냐 ”고 반박하고 있다.
또 공식 논평을 통해 “흑색선전과 비방에만 혈안이며 한마디로 ‘내로남불’이자 이율배반”이라고 강변하지만 당사자가 나서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돌리고 있다.
허 후보가 “89년의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던 것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적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자세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캠프에서 강변한 것도 의혹을 키웠다.
한글을 깨우치고 나면 많이 듣는 말하기와 글쓰기 요령 중의 하나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이 있다.
여기에 대입하면 ‘허태정 후보는 1989년(일시는 모름) 대화동(구체적인 장소는 기억안남)에서 일용근로자로 일하다가(공장인지, 상가인지, 주택인지 공사 종류는 기억안남) 철근이 떨어져 발가락을 절단할 만큼 다쳤지만 산재처리 하지 않고 내돈으로 치료했다’는 ‘왜?’가 빠진 문장이 만들어다.
여기서 왜냐는 이유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군대를 가지 않을 목적으로’ 라고 몰아붙이고, 더불어민주당은 흑색선전이자 내로남불이라며 언론에 대해서도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병역기피 의혹 제기가 흑색선전이라면 선관위에 사법당국에 증거를 갖추어 고발하면 될테고, 내로남불이라면 박성효 후보도 다쳐서 군대를 안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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