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2지구·태릉CC·용산 등 주민·지자체 협의 변수…PF 47.8조+α 풀지만 부실사업 옥석·민간수요 회복 과제

정부가 8월 13일 내놓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은 2026~2030년 수도권 135만 호 착공을 목표로 한 지난해 9·7 대책의 후속 성격이 강하다. 신규 공공택지 10만 호를 포함해 수도권에 23만 호+α를 추가 공급하고 공공택지는 발표 이후 착공까지 평균 68개월 걸리던 기간을 37개월로 줄이기로 했다. 올해 1월 29일 발표한 공급부지도 앞당겨 과천과 태릉CC는 2029년, 나머지 부지는 2030년 안에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택지 개발 과정에서 앞 단계가 끝난 뒤 다음 절차에 들어가던 방식을 바꿔 인허가와 보상 등 여러 절차를 겹쳐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 초기부터 인허가 절차와 보상 준비를 함께 진행하고 각 단계의 착수 시점도 앞당겨 대기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사업을 늦추는 사안은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와 범정부 점검체계를 통해 조정한다. 이를 통해 3기 신도시 등 기존 택지 8만 9000호의 착공도 1~2년 이상 앞당긴다는 목표다.
그러나 37개월이라는 목표를 실제 현장에서 맞추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허가와 영향평가를 병행하면 행정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보상과 토지 수용, 주민 이주 등은 정부가 정한 일정대로 단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토지 수용과 주민 협의는 공공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며 “주민들이 반발하면 그 단계에서 진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공급을 서두르고 있는 현장에서도 이런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2지구는 우면동 일대 19만 3259㎡에 2000호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정부는 2028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면동성당 신자와 송동·식유촌 주민들은 성당과 마을을 사업구역에서 제외해 달라며 지난 6월 9519명이 참여한 청원서를 제출했고 이후 지구지정 취소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서리풀1지구에서도 보상과 재정착 문제를 둘러싸고 토지주와 LH 사이의 이견이 불거졌다. 행정절차를 단축하더라도 주민 협의와 보상 문제가 착공 일정을 늦출 수 있는 사례다.
올해 1·29 대책에서 발표한 사업도 지자체와의 협의가 남아 있다. 정부는 당시 태릉CC에 6800호를 공급하고 2030년 착공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번 대책에서 목표를 2029년으로 1년 당겼다. 태릉CC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태릉·강릉의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야 하지만 서울시는 그린벨트 훼손과 교통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규모를 놓고도 이견이 있다. 정부는 기존 6000호를 최대 1만 호로 늘릴 계획이지만 서울시는 최대 8000호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착공을 계획대로 당기더라도 현재의 공급 부족과는 시간차가 있다. 정부가 제시한 최단기 모델 자체가 신규택지 발표 후 착공까지 37개월이다. 이후 실제 준공과 입주까지 다시 공사기간이 필요하다. 김진유 교수는 “지금은 당장 2~3년 내에 공급되는 물량이 필요한데 착공까지 37개월이면 이미 3년이 넘는다”며 “그때 착공해서 준공하려면 지금 겪고 있는 전월세 문제와 직접 연결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재개발·재건축과 민간 공급을 공급 확대 수단으로 보다 분명하게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공급의 80% 이상을 민간이 담당한다고 보고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기로 했다. 이주비 대출 산정방식을 개선하고 소형주택을 일정 비율 이상 공급하면 공원·녹지 기부채납 부담도 줄인다.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하거나 비아파트 신축을 위해 기존 주택을 사들이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에게는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금지의 예외도 확대한다.
불과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재건축은 가구 수 증가가 크지 않고 일부 재개발은 오히려 총 가구 수가 줄 수 있다는 취지로 공급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번 대책에서 정비사업을 공급 확대 수단으로 명시한 것은 재개발·재건축을 바라보는 정부의 정책 메시지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비사업이 공급 수단으로 포함됐지만 서울의 민간 공급을 크게 늘리기에는 규제 완화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유지됐고 규제지역 이주비 대출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도 그대로다. 용적률과 공사비 등 사업성을 좌우하는 문제에 대한 추가 대책도 필요하다는 평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이주비 대출 산정기준은 개선됐지만 규제지역에서는 여전히 LTV가 40%여서 한도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용적률 상향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공사비 문제 등에 대한 개선책이 뒤따라야 대폭적인 공급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PF 관련 금융지원 규모도 대폭 늘린다. 정부는 주택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규모를 기존 26조 3000억 원에서 47조 8000억 원+α로 확대한다. 정상 사업장에는 향후 3년간 연평균 28조 7000억 원의 공적보증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에는 예산과 민간자금을 합친 캠코 PF 정상화 지원펀드 3조 원+α를 조성한다.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은 1조 원에서 5조 원으로, 금융업권 자체 정상화펀드는 7조 3000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린다. 사업성은 있지만 자금조달이 막혀 착공하지 못했던 사업장에는 직접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원 규모만큼 사업장을 가려내는 작업은 중요해졌다. 금융위가 지난 7월 공개한 3월 말 PF 사업성 평가에서 ‘유의·부실우려’ 여신은 16조 4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 7000억 원 늘었다. 정부는 사업성 평가를 거쳐 정상 사업장에는 자금을 공급하고 부실 사업장은 재구조화·정리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이번에는 주거사업장의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까지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늦췄다. 공급을 살리기 위해 금융규제를 늦추는 만큼 분양성이나 원가구조가 나쁜 사업장을 자금지원으로 연명시키지 않도록 선별하는 문제가 남는다.
자금지원만으로 민간 공급을 되살리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PF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새로 지은 주택을 분양받을 매입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가구·다세대·빌라 등 비아파트는 실거주자가 직접 매입하는 경우뿐 아니라 임대인이 주택을 사들인 뒤 전월세로 공급하는 비중도 크다. 정부는 신축 비아파트를 매입하는 임대사업자의 금융규제를 일부 완화했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를 강하게 유지하면서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유도할 경우 정책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아파트와 민간 임대주택은 실거주자의 직접 매입뿐 아니라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유지될 수 있다”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매입 여력이 위축되면 분양 위험이 커져 사업자가 신규 공급을 늘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아파트 공급 확대와 함께 청년층의 매입을 지원하는 정책도 내놨다. 내년 1월 만 39세 이하 생애 최초 구입자를 대상으로 연 3조 원 규모의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출시하고 4억 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비아파트를 우선 지원한다. 월세 수준의 원리금 부담으로 비아파트를 매입해 향후 아파트 등으로 옮겨갈 수 있는 이른바 ‘징검다리 자가’를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청년층의 비아파트 매입 수요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빌라·다세대·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 기대가 낮고 되팔기도 쉽지 않아 청년층이 장기간 보유할 자산으로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돈을 모아 빌라나 오피스텔을 사고 싶어 하겠느냐”며 “나중에 아파트로 옮겨가려고 할 때 비아파트의 자산가치가 떨어져 있으면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비아파트는 청년이 소유하도록 하기보다 전세 등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물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 주택의 가격과 면적을 제한한 점도 실효성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원이 필요한 청년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4억 원 이하 비아파트로 대상을 좁히면 선택할 수 있는 양질의 주택에 한계가 있다”며 “금액과 면적 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