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선거철마다 너도나도 ‘스포츠광’ 되는 후보들에 팬들은 ‘울상’
K리그 경기가 열릴 부천종합운동장 입구 한쪽에서 선거운동이 펼쳐지는 모습.
[일요신문] 스포츠와는 전혀 무관해 보이던 인사들도 선거철만 되면 서로가 ‘스포츠 애호가’임을 홍보하기에 바쁘다. 저마다 야구광 또는 축구광이라며 학창시절에 운동을 즐긴 이야기, 국회 동호회 활동 이야기 등을 자랑삼아 늘어 놓는다.
실제 경기장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은 ‘알아서 유권자들이 집결해 있는’ 선거 유세장이다.
일부 비인기 종목이나 비인기 구단은 500명 남짓한 관중만이 경기장을 찾지만 선거 후보들에게는 소중한 유권자가 된다. 이들은 경기를 전후로 일일이 관중들을 찾아다니며 홍보물을 나눠주고 악수를 하며 ‘스포츠팬심 잡기’에 나선다. “내 고장의 구단을 한국의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FC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한다.
현충일인 지난 6일 부천 FC 1995와 수원 FC의 K리그2 15라운드 경기가 열린 부천종합운동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선거 운동원들이 경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홍보자료를 나눠주기도 했고, 한 후보는 직접 경기장을 찾아 선거운동을 펼쳤다.
경기도 부천시는 김만수 시장이 3선 도전을 포기했다. 김 시장은 부천 FC의 프로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꾸준히 경기장을 찾고 구단에 관심을 가지며 리그 내 ‘모범 구단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다.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며 이를 바라보는 일부 팬들의 시선에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부천팬들은 겪어보지 못했지만 지자체장이 바뀜에 따라 팀이 흔들리는 모습을 다른 팀에서 수도 없이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부천 FC 프로화 당시부터 시민주주로 참여했다는 서포터 최 아무개 씨는 “그동안 다른 시·도민구단들의 문제점을 지켜봐 왔다. 시장이 교체될 텐데 더 많은 지원은 바라지 않는다. 현재 수준 정도만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