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30%로 SM·YG·JYP 압도…상장 땐 성장세 등 고평가 예상
# 1조 원은 어떤 의미가 있나?
시가총액 1조 원은 연예기획사들이 바라보는 꿈의 고지다.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이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2012년 말 SM의 시가총액은 1조 5000억 원에 육박했다. YG 역시 전성기 시절 1조 원 클럽에 가입했다.
하지만 6월 4일 종가 기준으로 SM-YG-JYP의 시가총액은 각각 9589억 원, 5210억 원, 8749억 원 등이다. SM은 지난 4월 초 잠시 1조 원 고지를 탈환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아직 비상장사다. 그들의 주식을 마음대로 사고 팔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들의 가치를 따져 볼 수는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 넷마블은 지난 4월 빅히트의 지분 25.71%를 약 2014억 원에 취득했다. 이를 100%로 환산한다면 빅히트의 가치를 4월 당시 7833억 원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몸값이 1조 원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방탄소년단뿐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1조 원은 방탄소년단을 몸값이라 할 만하다.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5월 방탄소년단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금 2018 빌보드뮤직어워드에서 수상하고 빌보드차트 정상을 밟으며 그들의 위상은 달라졌다. 그들의 월드 투어 티켓은 일찌감치 동났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빅히트의 가치는 이미 1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빅히트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24억 원, 325억 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30%에 이르는 괴물 같은 회사다. 방탄소년단이 유일한 매출 창구이기 때문에 매출 규모는 SM, JYP, YG에 못 미친다. 하지만, 영업이익을 따져보면 세 곳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다. 효율성이 높은 회사라는 의미다. 게다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6년과 비교해 각각 163%, 214% 증가했다. 증시 상장 심사 시 ‘성장세’와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는 것을 고려할 때 빅히트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1조 원 클럽, 왜 어렵나?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시가총액이 1조 원 이상 되는 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4일 종가 기준 CJ E&M의 시가총액은 3조 4898억 원이다. 극장 체인 업체인 CJ CGV 역시 1조 3882억 원에 이른다. 국내 최대 음원유통사인 카카오M은 2조 1245억 원이고, 상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경우 3조 원이 넘는다.
이 회사들과 비교할 때 더 오랜 역사를 갖추고 대중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스타들을 다수 보유한 연예기획사들의 시가총액은 크게 못 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형의 콘텐츠가 아니라 스타를 기반 삼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일단 스타덤에 오르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매출을 발생시킨다. 고부가가치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활용도도 다양하다. 아이돌 가수도 배우를 겸업시키며 드라마, 영화 산업까지 섭렵할 수 있다. CF 출연료 역시 천정부지 솟는다.
하지만 스타는 리스크에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통제 가능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주, 폭행 등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이미지가 추락하며 활동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고,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건강을 해치거나 다쳐 활동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항상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것이 연예계의 생리이기 때문에 기존의 스타는 서서히 잊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체가 불가능하다. 애플이나 삼성의 휴대폰은 오류가 발생되면 이를 바로잡고, 고객에게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새로운 기기를 제공해 고객의 불만을 잠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는 오로지 한 명이다. 그를 대체할 방법이 없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건, 사고 외에도 스타가 다른 연예인과 교제 중이라는 소식만 전해져도 팬들의 이탈이 심각하다”며 “이렇듯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취약해 언제든 매출이 뚝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 값을 평가받기 힘들고 회사의 주가를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 상상을 뛰어넘는 경제적 파급효과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그들에게만 부를 안겨 준 것이 아니다. 한국 연예계 전반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증폭시켰을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직간접적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회사들의 가치를 키웠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의 주식을 취득한 넷마블을 비롯해 아이리버, 키이스트, 소리바다 등의 주가도 일제히 상승했다. 넷마블의 주가는 한 달 사이 약 20% 올랐고, 방탄소년단의 음원 국내 유통사인 아이리버의 주가 역시 같은 기간 50%가량 껑충 뛰었다. 이 외에도 여러 회사들이 많게는 2배 가까이 시가총액이 들어나는 등 ‘BTS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한국 연예계 전반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엔터주들의 상승도 동반하고 있다”며 “아시아에 갇혀 있던 한류 시장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