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거일 소설가 | ||
군대만 무인 항공기를 쓰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국경 순찰, 경찰의 감시, 과학적 조사, 그리고 재난 구호와 같은 일들에서 무인 항공기의 쓸모가 점점 커진다.
무인 항공기의 성공은 컴퓨터, 원격 조종, 감지 기술, 자료 전송과 같은 여러 분야들에서 나온 혁신들 덕분에 가능했다. 값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자연스럽게 조종사 없는 여객기의 출현을 부를 것이다. 그런 여객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 기술들은 이미 존재한다. 대형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 호크(Global Hawk)는 스스로 이륙해서 큰 바다를 건너 지상 관제탑의 유도 없이 착륙한다.
무인 항공기의 발전은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협한다. 공군은 규모가 줄어들 것이고, 민간 분야에선 여객기 조종사들과 관제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다. 당연히 저항은 거셀 터이지만, 조종사 없는 여객기를 타고 여행하는 세상은 막을 수 없다.
보다 일반적으로, 사람에 의해 조종되지 않는 기계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당장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기계는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다. 2005년엔 사막의 험한 지형을 달리는 무인 자동차가 나왔는데, 얼마 전엔 복잡한 도시에서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자동차가 나왔다. 이런 무인 자동차들의 발전은 워낙 빨라서 20년 안쪽에 운전면허 없이 몰 수 있는 자동차가 나올 것 같다. 무인 자동차들이 달리는 도로는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안전하고 정체가 덜할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뜻하는 것은 ‘인간 육신의 노후화’다. 기계들이 전에 사람이 하던 일들을 맡게 되면서, 사람의 육신이 낡아지는 것이다.
육신의 노후화가 불러온 사회적 변화들은 산업 현장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추세는 그런 변화들을 반영한다.
실은 사람의 육신만이 아니라 지성까지도 낡아진다. 이제 모든 지적 작업들은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이루어지고, 사람이 컴퓨터에 의존하는 정도는 점점 커진다.
이런 추세에서 상징적 사건은 이미 한 세대 전에 나왔다. 위상수학의 초기 성과들 가운데 하나는 ‘4색 추측 (four color conjecture)’이었다. 맞닿은 지역이 같은 색이 아니도록 지도를 칠하는 데는 4가지 색깔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마침내 1976년에 증명이 완성되어 ‘4색 추측’은 ‘4색 정리(four color theorem)’가 되었다. 그러나 이 증명을 사람이 완전히 따라갈 수는 없다. 증명의 과정이 너무 방대해서, 사람이 그것을 읽는 것은 불가능하며 컴퓨터 프로그램만이 따라갈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은 육신도 지성도 점점 기계와 인공 지능에 밀려난다. 그런 ‘인간의 노후화’는 당연히 우리 삶에 근본적 영향을 미친다. 당장의 문제들에 마음을 쏟은 대통령 선거철이 지나가고 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마음의 눈길을 먼 지평에 두고 인류의 모습을 근본적 수준에서 바꾸는 이 현상을 성찰하는 것도 뜻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