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거일 소설가 | ||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외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도 부쩍 높아졌다. 주로 싱크탱크에서 일하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이 지식인들은 “신공산주의자들(neocomms)”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그들은 얼마 전에 하이난 섬(海南島)에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판 유엔’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중국의 흥성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는 세계 전체에 나쁜 소식이고 한국에겐 특히 암울한 소식이다. 미국은 역사상 제국주의적인 특질을 가장 적게 보인 제국이었다. 미국은 제국주의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늘 진지하게 말해왔고, 자신의 말대로 행동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자신의 말을 믿었다. 이 점을 통찰한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일종의 크고 평화로운 스위스라고 계속 생각한다. 우리의 제국주의는 다소간 무의식적이다”라고 말했다. 덕분에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는 가장 선량한 종류였다.
이제 가장 강력한 제국을 꿈꾸는 중국이 추구할 제국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중국의 제국주의는 미국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압제적일 것이다.
안으로 중국은 아주 압제적인 나라다. 수천만 인민들을 학살하고 굶겨 죽인 공산당이 아직도 권력을 그대로 쥐고 있으며, 인민들은 기본적 자유와 권리조차 누리지 못한다. 밖으로 중국은 공산당 정권의 수립 이래 줄곧 주변 국가들과 영토 분쟁을 일으키면서 가장 나쁜 형태의 제국주의를 추구해왔다. 아울러, 강대국의 책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기적 행태를 보여왔다.
불행하게도,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중국의 압제적 제국주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나라는 바로 한국과 북한이다. 이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고 우리도 점점 중국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되었다.
중국의 영향력을 억제할 수 있는 나라는 물론 미국과 일본이다. 안타깝게도 일본은 중국에 맞설 만큼 힘이 강하지 못하다.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중국과 오래 맞설 만큼 제국주의적이지 못하다. 김대중·노무현 두 좌파 정권은 의도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켰다. 한국 사회의 반미 감정을 한껏 부추기고 미국에 대해 비우호적 정책을 추구했다. 특히 북한의 도발과 군사력 증강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기회가 나올 때마다 방해했다. 두 좌파 정권의 수많은 실정들 가운데 이것보다 더 한국의 앞날을 어둡게 만든 것은 없다. 그런 뜻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동맹 복원’ 시도는 질서 있는 후퇴를 위한 후위작전(後衛作戰)의 성격을 띠었다. 그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약속을 보다 크게 해서 한반도에 점점 길게 드리우는 중국의 그림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시도다. 우리는 약화된 한미 동맹을 보다 튼튼하게 하고 우리 사회를 덮은 어리석은 반미 감정을 줄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