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 | ||
현재 우리경제는 실업, 물가, 부채의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모르는 비정규직이 절반이다. 여기에 원유가격과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도 통제가 안 된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5000만 원이 넘는다. 이런 상태에서 희망은 기업인 출신이 이끄는 새정부 출범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업들을 살려 임기 내 연 7% 성장에 3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이루어 내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거꾸로 방향감각을 잃고 더욱 심각한 침체국면에 빠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일찌감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실로 국민 가슴이 탄다.
다급해진 정부는 세금을 풀어 경기를 살려보겠다고 추경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임시 국회에서 통과가 어렵게 되자 정부는 6월 새 국회가 개원되면 다시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투기와 물가의 거품에 들떠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상 추경편성은 일시적인 마약처방에 불과하다. 경기 부양 대신 거품 부양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중심을 잃고 이와 같은 임기응변적 정책에 매달린다면 우리 경제는 살아나기 어렵다.
그렇다면 경제를 어떻게 살려야 하나. 원자재대란과 금융불안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불황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리 경제에도 여파가 크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 일단 자원외교를 서둘러 원자재와 식량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유통구조를 개혁하고 독과점행위를 근절하여 물가급등을 막아야 한다. 정부는 이와함께 정책의 초점을 신산업 발굴에 맞추어 기업들에게 창업과 투자의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창의적인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부양책은 필요한 경우 제한된 범위 내에서 보완책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없애야 한다. 먼저 정부출범이 상처투성이다. 결격관료들의 억지임명, 정부부처 간 주도권 싸움, 집권세력의 분열 등 오만하고 독선적인 권력집단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정부가 핵심적인 정책으로 추진해온 규제개혁과 세금감면은 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막상 연쇄부도 위기에 처하여 실업을 양산하고 경제불안을 야기하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의 횡포 속에 설땅이 없다. 더구나 무조건적인 자유경쟁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절대적 열위에 처한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은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기대를 걸었던 국민들은 심리적 공황에 빠져 좌절과 고통이 크다. 한시바삐 정부는 잘못을 시정하여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경제 살리기에 다시 매진해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원칙과 정도로 정직하게 경제를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