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 풋살대회 주최하는 적극성…“은퇴하고 예능프로그램 도전해볼까요?”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 주장 김보경. 이종현 기자
[일요신문]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풋살경기장. 여느 구장과 다를 바 없는 이곳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풋살을 즐기는 청년들로 가득 찬 경기장에는 국가대표 출신 선수 김보경과 지동원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은 김보경이 주최하는 ‘제2회 KBK 풋살리그’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그냥 즐겁게 공 차실 분” 활짝 열려 있는 ‘KBK 풋살리그’
지난해 1월 1회 대회에 이어 열린 KBK 풋살리그는 김보경이 지인들을 중심으로 만든 친선 대회다. 특별한 운영 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 만들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참가신청을 받기도 했다. 그가 내건 조건은 ‘그냥 즐겁게 풋살 할 분’이었다.
‘제2회 KBK 풋살리그’에 참가해 즐거워하는 지동원.
3면으로 이뤄진 풋살경기장은 참가자들로 가득했다. 김보경은 이 팀 저 팀을 옮기며 경기를 치렀다. 때로는 골키퍼 포지션에 서며 팀원들에게 “수비 좀 해”라며 투정부리는 모습은 그저 공 차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청년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씩 함부로 흉내 내지 못할 발기술을 뽐내기도 했다. 지동원, 김보경을 한 번씩 상대한 팀들은 경기가 끝나면 하나같이 “다르긴 다르다”며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향한 감탄을 내뱉었다.
성황리에 2회 대회를 마치고 대회 주최자 김보경과 12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1년간의 일본 생활과 월드컵, 대표팀에 대한 생각 등을 들어봤다.
KBK 리그 2회 대회가 열릴 수 있었던 데에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의 존재가 한몫했다. 월드컵 기간에는 전 세계 축구리그 상당수가 휴식기를 가진다. 김보경은 “일주일 정도 휴가를 받았다”라며 “목요일(14일)에 일본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말했다.
참가자들과 풋살 경기를 즐기는 김보경.
소셜 미디어로 참가자를 모집하기도 했지만 학창시절 같이 축구를 하던 친구들, 친동생, 팬, 에이전트 등 ‘김보경 지인’들이 총출동했다. 그는 전북에서 활약하던 시절 ‘K리그에서 가장 재미있는 선수’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팀내 선후배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개성 있는 인터뷰로 팬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이에 대해 “원래 사람들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성격이 주변에 ‘사람들’을 모이게 했고 이는 KBK 리그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김보경은 과거 ‘TV 예능프로그램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생각은 여전할까. 그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의미에서 했던 말이다(웃음). 꼭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안정환 선배님이나 이천수 선배님처럼 축구선수 출신으로 방송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일본생활 6년차, 청년에서 ‘딸 바보’로
김보경은 K리그 전북 현대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6월 일본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했다. 전북에서 주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만족감을 드러내던 그에게 J리그 재진출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이적 생각은 없었는데 가시와에서 제안이 왔다”면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최강희 감독님께서 ‘좋은 제안이 오면 이적을 하는 게 축구 선수에게 당연한 일’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그래서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일본 생활이다. 그는 홍익대 재학 중 J리그로 진출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유럽 무대를 경험했고, 일본으로 돌아와 전북에서 활약하다 세 번째로 일본을 찾게 됐다. 익숙한 일본 생활이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 지난 2016년 말 결혼으로 아내와 아이가 생겼다.
그는 “과거에는 나만 신경 쓰면 됐지만 지금은 아이에 대해서 신경 쓸 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1월 태어난 딸아이를 보는 행복에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그의 소셜 미디어는 온통 딸의 사진으로 뒤덮여 있다. 김보경은 “나도 내 소셜 미디어를 보면 ‘이게 내 계정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그래도 딸을 보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자꾸만 찍게 된다. 팬들이나 동료들도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준다”고 했다. 앞으로도 아이의 동생들을 더 만들어주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지난 시즌 중반 가시와로 이적한 김보경은 올 시즌부터 주장을 맡았다. J리그에서도 외국인 선수에게 주장을 맡기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성인 무대에서 주장 경험이 처음이라 책임감이 남다르다는 그는 “팀 선수들이 어린 편이다. 선수들의 성장을 도와야 하는데 같은 한국 선수인 윤석영과 박정수가 잘 도와주고 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탈락해서 아쉬웠다. 지금은 리그 순위를 끌어 올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15라운드를 치른 현재 가시와는 리그 9위를 달리고 있다.
김보경은 절친한 동료들이 많은 대표팀을 향해 “부담감을 내려놓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종현 기자
김보경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은 23인 엔트리에 포함돼 현장에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밖에서 지켜봐야 한다. 그는 “월드컵에 못가게 돼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크다”면서 “월드컵도 인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엔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며 대표팀은 연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팀이 노력을 하고 있는데 좀 안타깝다. 지금 대표팀은 온전히 대회 본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대를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한번에 좋아지기는 힘들다. 나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대표팀에서 좋을 때와 나쁠 때를 다 겪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비록 김보경은 월드컵에 나서지 못하지만 대표팀에는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그와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 온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정우영, 장현수 등 동료들이 존재한다. 그는 이들에 대해 “너무 잘하고 있으니까 힘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특히 요즘 (기)성용이 형 생각이 많이 났다. 나도 소속팀에서 주장을 맡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감을 내려놓고 팀을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1989년생인 김보경은 올해 한국 나이로 30대에 접어 들었다. 일부 또래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월드컵’을 운운하고 있다. 2010 남아공 월드컵과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이른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 현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 재조명되기도 한다. 김보경의 의중은 어떨까.
“전북에서 뛸 때 최강희 감독님과 (이)동국이 형께서 ‘선수라면 항상 대표팀에 대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많이 하셨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바가 많았다. 아직 선수생활도 많이 남았고, 또래 선수들이 계속 대표팀을 오가고 있다. 나도 언제든지 갈 수 있다면 대표팀에 가고 싶다. 항상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 세운 목표 중 몇 가지는 이뤘다. 대표팀 선발, 월드컵, 올림픽 메달, 프로 무대 우승, 유럽 진출 등이다”라며 “하지만 J리그 우승 경험, 대표팀 복귀, 대표팀에서의 좋은 활약 등 이루고 싶은 것도 여전히 많다”고 답했다.
낙천적 성격인 김보경은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미래 계획보다는 당장 2~3년 안의 짧은 ‘미션’을 해결해 나가는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내후년(2020년) 여름이면 현재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내년 겨울에는 거취를 고민할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대표팀에 꼭 복귀하고 싶고 선수생활 마무리는 꼭 K리그에서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