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향 수원대 교수 | ||
그렇다면 진짜는 무엇일까? 자살을 하면 영원한 지옥불에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업만 두터워지는 것일까? 사실 검증할 방법도, 반증할 방법도 없지만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있다. 삶이 힘들고 괴롭고 외로워 스스로 목숨줄을 끊어버린 이를 향해 “그는 지옥에 갔을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이의 무신경을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침묵 속에서 외롭게, 너무나 외롭게 길을 떠난 자의 마음을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 그게 기도고 천도제일 테니까. 더구나 길 떠난 자가 남긴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고 갈 사람들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하겠는가. 섣부른 위로는 칼이 되고 창이 될 텐데. 차라리 침묵할 밖에 없다.
자살을 금지하는 이야기와 규율들은 죽은 자를 향한 심판의 논리라기보다 산 자를 위한 사랑과 자비의 논리일 것이다. 나는 자살을 금지하는 규율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보자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무너지더라도 살다 보면 길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믿는다.
김혜린의 만화 <불의 검>에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물에 빠져 자살하려 했던 여인이 나온다. 그 여인 아라를 구하며 가라한이 해주는 말이 기억난다. “사람이 죽고 싶을 때 맘대로 죽어버린다면 누구도 살아남아 있을 사람이 없을 거요…. 살 만해서 산다면 당연한 거지만, 힘겨워도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도 가치는 있을 거요.”
그런데 왜 이리 자살이 많은가. 나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 있는 줄도 몰랐다. 지난 10일이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고, 그날을 기해 한국청소년상담원은 남녀 중고생 4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8%인 2705명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실제 자살을 시도한 응답자도 전체의 11.1%(510명)에 달했단다. 큰일이다.
실제로도 자살로 인한 사망이 전체 사망원인 가운데 4위인 나라, 그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망원인 순위에서 자살은 1993년에는 10위였는데, 1996년에 7위가 되더니 지난해는 4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질이라면 이를 어쩌나.
나는, 인생은 자기가 되는 길, 자기를 사랑하는 길이라 믿는다. 자기를 사랑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지치고 무섭고 아픈 일이 많겠는가. 자살을 하면 자기에게 기회를 줄 수가 없다. 두렵고 외롭고 아픈 터널을 지나 보게 될 세상을 볼 기회를. 그러니 한번 살아보자. 죽고 싶을 때 죽어버린다면 누구도 살아남아 있을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