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훈 언론인 | ||
위당이 개천절의 노랫말을 짓고 대한민국이 건국을 선포한 1948년까지만 해도 개천절은 음력 10월 3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1949년 10월 1일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면서 개천절은 양력 10월 3일로 바뀌었다. 개천절을 맞을 때마다 개천(開天)의 정확한 근거에 대해 뭔가 께름칙한 것도 양력 음력을 넘나든 날짜 때문이다. 지난 2005년인가, 이 ‘일요칼럼’에서 ‘단기 몇년인지 아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우리도 서기 연호와 단기연호를 함께 쓰자고 주장한 적이 있다. 반만 년 역사를 자랑만 할 게 아니라 단기연호를 병기(倂記)하여 민족사의 긍지를 찾자는 내용이었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단군기원의 정확한 연대를 바로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올해는 서기 2008년이지만 단군기원으로는 4341년이다. 정부가 1962년부터 서력기원을 공식연호로 채택했기 때문에 올해가 단기 4341년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군기원은 서력기원에 2333년을 보탠 숫자다. 그러나 서기전 2333년에 개천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학설이 분분하다. 북한은 단군기원을 서기전 2993년으로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지켜 온 서기전 2333년과는 660년이나 차이가 벌어진다. <제왕운기>에는 기원전 2357년, <삼국유사>에는 2311년으로 나와있고 기원전 2145년이 정확하다는 주장도 있다.
‘물에는 새암이 있고 나무에는 뿌리가 있다’는 개천절 노래 가사의 가르침을 끌어대지 않더라도 우리도 이제는 우리의 새암과 뿌리를 찾아 밝히는 노력이 절실하다. 위당이 쓴 개천절 노래에도 “오래다 멀다 해도 뿌리는 하나”라 하지 않았는가.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섬기면서 지난 60여 년간 국토가 두 동강으로 갈라진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지만 우리의 새암과 뿌리를 찾는 데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머리를 맞댈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오래전부터 동북공정(東北工程) 등 아시아의 동북지방을 경영했던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를 중국 역사의 한 부분으로 편입하려는 야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입으로만 반만 년 역사를 자랑할 게 아니라 5000년 역사의 새암과 뿌리를 분명하게 찾아 밝히는 작업은 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뿐 아니라 후손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