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훈 언론인 | ||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사람들은 지난 정권 때와는 달리 나라 경제도 좋아지고 백성들의 살림살이도 푸근해지리라는 기대를 건다. 선거 때마다 대권을 노리는 후보들은 저마다 장밋빛 공약을 내건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안전(眼前)에 신천지가’ 열릴 것 같은 푸짐한 공약으로 국민들의 꿈을 잔뜩 부풀려 놓는다. 그러나 5년 뒤에는 그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희망사항’이었는가를 매번 깨닫게 된다. 실직사태로 ‘오륙도’니 ‘사오정’이니 하는 유행어는 참여정부 출범 채 1년도 안됐을 때 생겨났다.
5·16이 일어나던 1961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82달러였다. 민정이양이 되던 63년에 100달러를 ‘돌파’했고 그 이듬해에 103달러, 65년에는 105달러였다. 1년에 2~3달러씩 어렵게 100달러 고지를 턱걸이한 셈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를 턱걸이하던 시절, 미당 서정주 시인은 ‘신년유감’이란 제목으로 어린 자식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서민의 고달픈 삶을 탄식했다. “달러 값은 해마다 곱절씩 오르고/원화값도 해마다 곱절씩 내리고 우리 월급값도 해마다 반값으로 깎이어/너절하게 아니꼽게 허기지게만 사는 것도 괜찮다…/그렇지만/어찌할꼬?/어찌할꼬?/너와 내가 까놓은/저 어린 것들을 어찌할꼬?” 1965년 1월 1일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로부터 44년이 흐른 지금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는 1963년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의 200배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200배로 올랐다고 해서 우리네 살림살이도 비례해서 그만큼 풍족해지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200배로 치솟는 것도 아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정권이 곧 1년을 맞는다. 차점자와 500만표가 넘는 표 차이는 경제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말해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려 주리라던 기대는 빗나갔다. 취임이후 줄곧 30%를 넘지 못하는 지지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새해엔 ‘혹시나’ 기대를 걸어 보지만 사방 어디에도 좋아질 싹수는 보이지 않고 올 한 해도 ‘역시나’로 끝날 모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경제마저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정부로서는 설사 경제 살리기가 실패해도 비빌 언덕은 생긴 셈이다. 그렇다고 서정주 시인이 읊었듯이 “너절하게 아니꼽게 허기지게만 사는 것도 괜찮다”는 탈속(脫俗)의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으니 올 한 해도 별수 없이 허기지고 고달픈 1년을 또 속아 살아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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