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거일 | ||
정직한 답변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공황에서 비롯한 위기를 다룰 경제학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은 경제적 힘들이 균형을 이룬 ‘정상적 상태’를 다룬다. 지금은 정상적 상태가 아니다.
그동안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가 건강을 되찾는 시기에 대해 의견을 내놓았다. 내년에 경제가 건강을 되찾기 시작하리라는 의견이 다수다. 그런 예측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예측들은 경제학 이론에 바탕을 둔 추론에서 나오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그들의 예측을 믿고 따르기 어렵다.
믿을 만한 이론이 없을 때, 가장 나은 길은 역사에서 비슷한 경우들을 살피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경제학자들은 모두 그렇게 한다. 아쉽게도, 이번 위기처럼 세계적인 불황의 선례는 1930년대의 대공황뿐이다. 그나마 두 경우들은 여러 점들에서 서로 달라, 대공황이 지닌 선례로서의 가치는 많이 줄어든다.
특히 성가신 것은 대공황을 실질적으로 끝낸 것은 2차 대전이었다는 사실이다. 1929년의 미국 주식시장의 붕괴로 촉발된 대공황은 1932년과 1933년에 가장 심각했고 경제는 그 뒤 차츰 회복했다. 미국의 경우, 1937년에는 생산이 장기적 추세와 같았다. 그러다가 경제는 다시 추락했고 군비 확장과 2차 대전 덕분에 회복했다.
사정이 그러하므로 “만일 2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세계 경제는 어떠했을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대공황은 훨씬 오래갔을 터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부들이 취한 과감한 조치들도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힘이 부칠지 모른다는 걱정이 나온다.
개별 국가의 공황과 불황도 흔히 인식되는 것보다 오래간다. 미국 경제학자들인 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의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금융 공황에서 정점과 저점 사이의 누적적 차이는 주택 가격에서 -36%, 주식 가격에서 -56%, 실업에서 7.0%, 그리고 개인당 국내총생산에서 -9.3%였다. 정점에서 저점에 이르는 기간은 주택에서 5.0년, 주식에서 3.4년, 실업에서 4.8년, 개인당 국내총생산에서 1.9년이었다.
이것은 국내총생산이 회복하기 시작하더라도 실업은 훨씬 오래 지속되리라는 것을 뜻한다. 주식 시장도 오래 침체될 것이고, 특히 집값은 더 오래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해외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로선 특히 어려울 터이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보면, 이번 경제 위기는 낙관적 전망보다는 비관적 전망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경제에 관해 가장 많은 지식을 지녔을 이명박 대통령의 전망이 점점 어두워졌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강추위 속에서도 오고 있을 봄이 유난히 멀리 느껴진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