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 | ||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무려 -4% 수준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위기를 극복해야할 정부정책이 너무 무력하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을 펴도 경제 부실은 확대되고 기업부도와 산업붕괴가 멈추지 않고 있다.
MB경제는 10대 약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제회생을 위해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 첫째, 세계 경제 흐름을 잘못 읽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는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는데 나홀로 747정책에 집착하여 거꾸로 경제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다. 둘째,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비전이 안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첨단· 미래·지식산업 대신 건설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여 토건국가로 회귀하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셋째, 여론 수렴이 부족하다.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의 지혜와 힘을 모으는 노력보다는 정해진 정책을 밀어붙이는 독선과 아집이 강하다. 넷째, 정부와 여당의 공조가 부족하다.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에서 여당의 협조는 필수적이나 거꾸로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 다섯째, 반대세력 포용이 없다. 촛불시위 이후 법과 질서를 확립한다는 논리하에 인터넷 토론 등 반대논리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이다. 여섯째, 거국적인 인사 정책이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적 이해를 떠난 탕평인재 등용이 절실하다. 선거 승리에 공헌하고 MB성장정책을 만든 사람들 중심으로 하는 논공행상과 회전문 인사가 많다. 일곱째, 서민경제대책과 양극화해소정책이 미흡하다.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서민들에 대한 생계대책과 중산층에 대한 지원책이 우선적으로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세 감면, 투기지역 해제, 금산분리 완화 등 부자 살리기 정책을 먼저 펴고 있다. 여덟째, 영혼 없는 경제외교를 펴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 경제를 중시하는 것처럼 미국이 우리 경제를 중시하지는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먼저 비준해야 미국이 비준한다는 등 실효성 없는 짝사랑 경제외교를 펴고 있다. 아홉째, 대북경제정책이 불안하다. 북한과 경제협력은 남북한 상생경제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대안 없는 강경정책으로 오히려 경제협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열째, 대안제시와 실천력이 부족하다. 경제는 시의적절한 대응과 강력한 실천력이 생명이다.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논란만 불러오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어느 나라가 먼저 일어나느냐에 따라 생존이 갈리고 판도가 달라지는 극도의 불확실성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는 시장의 신뢰를 잃고 올바른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년의 잘못을 겸허히 반성하고 확실한 비전을 담은 경제운영의 새틀을 마련해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