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복거일 | ||
직접적 계기는 정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부시가 보인 너그러움과 애국심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정권을 내놓는 사람들은 심사가 착잡하게 마련이어서 실제로 정권을 넘기는 과정에 신명을 내기 어렵다. 심지어 전 정권에서 부통령이었던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어도 마찰과 불화가 나오게 마련이다. 다른 정당이 정권을 이어받으면 당연히 마찰과 불화는 커진다.
우리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물러난 뒤 이명박 정권은 물려받은 자료가 아주 적어서 애를 먹었다. 심지어 전 정권이 많은 자료들을 지우는 과정에서 청와대 정보처리 체계까지 고장을 냈다.
부시는 처음부터 정권 이양이 순조롭도록 마음을 썼다. 오바마가 당선되자 그가 필요한 정보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오바마의 보좌관들이 일찍 비밀취급 자격을 얻도록 도왔다. 그래서 이번의 정권 이양이 보기 드물게 모범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또 하나의 계기는 봉변을 당했을 때 부시가 보인 인품이다. 지난해 12월 이라크의 기자 회견에서 그는 아랍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을 뻔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침착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사태를 가라앉혔다. 이어 신발을 던진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흥미로운 방법들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면서 이라크 정부가 지나친 반응을 보이지 않기를 희망했다.
지도자에겐 암살이 직업적 위험이다. 물체가 자신에게 던져진 돌발 상황에서 부시처럼 여유롭게 행동하기는 쉽지 않고 자신을 모욕한 행위를 해학으로 대하기는 보기보다 어렵다. 그러나 당시는 재임 중이어서 사람들은 그의 봉변을 고소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얼마 전 비슷한 경우를 겪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처신과 대비되면서 부시의 인품이 새삼 평가받게 되었다. 원자바오가 영국 대학에서 강연하는데 한 학생이 신발을 던지자 그는 “비열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영국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영국 정부가 깊이 사과하며 법에 따른 처벌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들 가운데 부시처럼 온 세계 사람들의 미움을 많이 산 이는 없었다. 그런 사정엔 그가 반성해야 할 부분도 클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받은 미움의 태반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받는 미움을 떠안은 것이었다. 유일한 초강대국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부러움은 부시에 대한 미움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물러났으니 부시에 대한 사람들의 미움은 차츰 사그라질 것이고 그에 대한 평가도 보다 객관적이 될 것이다. 그는 실패도 많았지만 업적이 아주 작은 것만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부시는 ‘9·11 참사’에 의해 자신의 직무가 규정된 지도자였다. 그리고 그는 미국에 대한 공격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진력했다. 그리고 성공했다. 앞으로 역사가들은 그에 대해 지금보다는 상당히 좋게 평가할 것 같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