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가 하도 심각하다 보니, 모두 안전만을 찾는다. 사람들도 기업들도 현금을 움켜쥐고, 금융기관들은 어지간해선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돈을 써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터인데, 모두 씀씀이를 줄인다. 이런 행태는 개인적 수준에선 자연스럽고 합리적이지만 사회적 수준에선 재앙에 가깝다.
안전의 추구는 직업의 선택에서 두드러진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모두 공무원이 되려고 애쓴다. 재능이 뛰어난 젊은이들은 거의 다 의사와 법률가가 되려 한다. 모두 안정되고 소득이 높은 직업들을 고르는 것이다.그렇게 위험을 피하다 보니 자신의 성품에 맞는 직업을 찾는 일은 엄두도 못 낸다.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풍토는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헨리 포드와 빌 게이츠가 우상인 사회가 활기차고 발전할 것은 자명하다. 아쉽게도, 요즈음 우리 사회엔 이병철이나 정주영과 같은 기업가들을 본받으려는 젊은이들이 너무 드물다.내가 얘기하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직업관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 아니다. 개인들이 내린 결정은 합리적이고 최종적이며 그것을 바꾸려는 시도는 부질없다.
내가 얘기하려는 것은 직업이나 씀씀이에서 아주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삶의 모든 면들에서 그러할 까닭은 없다는 점이다. 삶은 다양하고 마음은 풍성하다. 경제적 결정이 우리 삶을 모든 면들에서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어리석다.한참 등성이를 오르다 보니 뒤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바다 냄새가 실린 듯하다. 돌아보면, 한강 위로 흐릿한 하늘이 걸렸고 그 너머에 있을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한강 하구에서 실려왔는지, 바다 냄새는 환각은 아닌 듯하다.봄이 찾은 항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두엔 늘 꿈이 부푼다.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고른 사람들이 느끼는 설렘이 깃발처럼 나부낀다. 부두가 허름하고 지저분할 때도 그렇다.
그곳의 봄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꿈의 배들은 떠난다
봄이 아주 멋지고
삶이 즐거운 곳들로.
The spring is not so beautiful there?
But dream ships sail away
To where the spring is wondrous rare
And life is gay.
랭스턴 휴즈(Langston Hughes)의 ‘부두 거리(Water-Front Streets)’는 꿈이 있어야 삶의 아름다움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우리는 모두 마음 속에 부두를 지녔다. 그리고 거기서 먼 땅으로 꿈의 배를 보낼 수 있다. 경제 위기가 우리 삶을 마냥 지배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면.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