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 ||
지난 2월 광공업 생산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3% 감소했다. 전달의 25.5% 감소에 비해 낙폭이 크게 줄었다.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살아나는 것인가? 한마디로 경기 회복이 아니다. 800조 원이 넘는 부동자금 중 일부가 증권과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면서 경기침체 속도가 주춤하고 있는 것뿐이다. 경기회복의 여부는 투자에 달려있다.
투자가 늘어야 고용이 늘고 고용이 늘어야 소비가 는다. 소비가 늘어야 다시 투자가 는다. 이와 같이 투자, 고용, 소비가 순차적으로 맞물려 선순환을 해야 경기가 회복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기업부도와 실업이 양산되는 구조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3월 설비투자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3.5% 감소했다. 경제 동력이 꺼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최근 일부 경제지표의 호전은 병든 경제가 짖는 미소에 불과하다. 문제는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 종부세와 양도세 감면, 초고층 뉴타운 건설계획 발표 등 부동산경기를 살리기 위해 모든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자금의 흐름이 부동산 시장으로 집중될 경우 우리 경제는 다시 투기공화국의 망령에 휘말릴 수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금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조 달러의 기금을 조성하여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기로 했다. 한편 영국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은 내년 말까지 5조 달러의 재정자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기로 했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돈 퍼붓기로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와 보조를 맞추어 추경을 편성하여 총 17조 7000억 원의 재정자금을 경기부양에 투입할 방침이다.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대책들이 경제의 긴급한 위기를 막기 위한 응급처방이란 것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밝힌 바에 따르면 경영부실 등의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코스닥 기업이 60곳이 넘는다.
전체 상장사의 7%가 넘는 수준이다. 현 상태를 방치할 경우 기업들이 연쇄부도를 계속하여 산업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징조다. 여기에 부동산과 증권 투기의 회오리가 밀어닥치면 경제는 숨이 막힌다.우리 경제는 근본적으로 고통이 따르더라도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실시해 어차피 무너질 기업들을 조기에 솎아내야 한다. 다음 추경을 편성하여 경기부양을 해야 경제가 정상적인 회복을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경제는 미래 신산업발굴을 서두르고 규제 혁파, 세금 감면 등 기업환경 개선을 앞당겨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대거 일어나 주인 없는 세계 시장을 먼저 차지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전략을 펴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