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 ||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상당부분 경제지표의 착시효과에 기인하는 것이다. 첫째, 7월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1.6%는 지난해 7월 대비 숫자다. 국제유가 폭등과 환율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7월 소비자 물가는 5.9%를 기록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1.6% 올랐다는 것은 결코 물가가 안정된 것이 아니다. 생활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여 서민들의 고통이 어느 때보다 크다. 둘째, 2분기의 제조업 성장률 8.2%는 1분기 대비 숫자다. 1분기는 지난해 말 불어 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기업들의 부실이 많고 구조조정이 한창이었던 기간이다. 이에 비해 8.2% 성장했다는 것은 부분적인 원상회복 이상 큰 의미가 없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올해 2분기 제조업 성장률은 -7.9%나 된다.
셋째, 2분기 GDP성장률 2.3% 역시 1분기 대비 숫자다. 지난해 4분기 우리경제는 -5.1%까지 내려갔다. 이런 상태에서 1분기에 +0.1%, 그리고 2분기에 +2.3%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우리경제는 침체의 수렁에서 반 정도밖에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GDP성장률은 아직 -2.5% 수준이다. 넷째, 수출액 세계 9위 역시 문제가 있다. 이는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경쟁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경제가 고환율 등 유리한 조건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출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향후 세계경제 회복이 본격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순위는 쉽게 바뀔 수 있다. 실제 올해 수출 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15% 정도 감소했다.
또한 문제는 경기회복세가 인공호흡정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위기가 닥치자 28조 4000억 원에 이르는 추경을 편성하고 기준금리를 2%까지 내리는 등 거의 무제한적인 돈 퍼붓기 정책을 폈다. 현 상태에서 정부가 팽창정책을 멈출 경우 경제는 언제든지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실업률이다.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정책으로 인해 6월 4000개가 늘어났던 일자리가 7월에 들어 다시 7만 6000개 감소했다. 향후 희망근로 등 정부의 인위적 정책이 끝날 경우 일자리는 20만 개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더욱 큰 우려는 경기회복 대신 투기회복이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팽창정책으로 이미 시중에는 800조 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떠돌면서 투기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890선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1550선을 훌쩍 넘어서고 투기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2006년 최고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 거품이 계속 확대될 경우 경제는 살아나지도 못하고 다시 쓰러질 수 있다.
우리경제는 지표의 속임수에 휘둘리면 안 된다. 경제저변의 현실을 직시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과 미래지향적인 산업발전정책을 펴 부동자금을 산업자금으로 흐르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도 물가와 투기 안정, 기업투자 활성화,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동력 회복 등의 효과를 함께 가져오는 근본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고려대 교수·전 총장 이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