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발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중 74%는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서민들의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첫째, 서민들 생계가 사실상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가계의 생활비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가 올 상반기에 12.5%를 기록했다. 8년 만의 최고치이다.
둘째, 경기회복세와는 반대로 체감실업률은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2분기 공식실업률은 3.7%이다. 그러나 취업준비생이나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실질적인 실업률은 11%에 이른다. 여기에 정규직 근로자의 60%가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 속에 살고 있다.
셋째, 가계부채가 위험수준을 넘고 있다. 2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697조 7000억 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7% 상승했다. 그러나 2분기 국민가처분소득은 502조 800억 원에 머물렀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0.2%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부채 상환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삶의 의욕까지 잃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넷째, 자녀 대학 보내기가 어렵다. 금액으로 보면 4년제 국·공립대학의 연간 등록금은 평균 4717달러로 미국의 5666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이다. 그러나 이를 국민 1인당 소득에 대비하면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은 단연 세계 1위이다. 여기에 대학입시경쟁은 전쟁을 방불하며 사교육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야 하나? 문제해결의 핵심은 질적인 경제회생이다. 최근의 경기회복은 정부의 팽창정책에 의한 인공호흡식 회복이다. 따라서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돈이 많이 풀려 800조 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떠돌며 투기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투기지역 부동산 가격은 2006년의 최고수준을 갱신하고 890선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1650선을 회복했다. 실물경기 회복 대신 자산투기 회복이 먼저 나타나 경제가 거품에 들뜨고 있다. 그 결과 일자리는 계속 줄고 경제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우 위기를 겪을 때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 중산층이 무너지며 빈부 간 편을 갈라 싸우는 자기파괴적 분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정책 기조의 변화가 절실하다. 돈을 풀고 건설산업을 일으켜 자산시장 거품을 키우는 양적 팽창정책을 지양하고 서민 지원, 중소기업 육성 등 서민들이 희망을 갖고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질적 성장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실업률이 떨어지고 가계부채가 줄며 교육비 부담 능력이 생긴다. 한마디로 정부의 중도실용철학을 올바른 정책으로 실현해야 한다.
여기서 대학교육을 간판위주에서 능력위주로 바꾸고 누구든지 양질의 초중고 교육을 받고 대학에 갈 수 있는 공교육의 회복은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필수조건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