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들에게 졸업 후 주어지는 것은 꿈과 희망 대신 실업이라는 절망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어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우리경제는 대기업 수출산업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이 과정에서 200만 명 가까운 근로자들이 직장을 잃었다. 이후 자동화와 정보화가 신속히 진행되면서 남아 있는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계속 빼앗겼다. 더구나 노사분규를 피하기 위해 하청, 외주, 비정규직 등의 형태로 고용구조가 대거 바뀌었다. 그 결과 30대 대기업 그룹의 경우 정규직 일자리가 1995년 250만 개에서 2005년 180만 개로 줄었다. 지난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고용시장에는 다시 한파가 밀어닥쳤다.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예년에 30만 개 이상 만들어지던 신규 일자리가 20만 개까지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식 청년 실업률은 7.6%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청년실업률이 10%를 훨씬 넘는 것에 비하면 낮다. 그러나 고용률을 보면 사정은 다르다. 우리나라 청년 고용률은 41%에 불과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54%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결국 우리나라 청년들은 취업준비생으로 대거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실제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두려워 졸업을 늦추는 대학생들이 많다. 4년제 대학생들의 평균 재학기간이 6년이나 된다. 어학연수, 자격증 획득 등 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으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한다. 여기에 부모에게 차마 얘기도 못하고 학교를 그만둔 후 희망근로나 아르바이트로 기약 없는 삶을 사는 학생들도 흔하다.
그러면 좌절과 고통 속에 묻힌 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길은 없나? 우선 일자리 나누기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고용구조는 근로시간과 임금의 양극화가 심하다. 실업자는 350만 명이나 되는데 일을 하는 사람들은 주당 평균 50시간 이상 근로를 한다. 임금도 연 1000만 원 미만에서 1억 원까지 격차가 크다. 평균 근로시간과 연봉을 낮추어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나눠 줄 필요가 있다. 다음,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절실하다. 10억 원어치 생산했을 때 만들어지는 평균 일자리 숫자가 제조업은 9.2인 반면 서비스업은 18.1이다. 의료, 금융, 교육, 컨설팅, 법률 등 지식형 서비스산업의 획기적 발전이 필요하다. 바이오, 나노, 녹색 등 첨단 미래산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필수적이다. 여기에 교육제도를 개혁하여 전문 직업훈련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젊은이들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일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능력을 갖게 해야 한다. 그래야 창업과 투자가 자생적으로 늘어나 경제가 근본적으로 살아난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