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경쟁자들의 지지도는 상당히 올랐다. 같은 기간에 정몽준 의원의 지지도는 8.6%에서 16.0%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4.3%에서 8.3%로, 김문수 경기지사는 3.0%에서 5.9%로 모두 곱절 가까이 올랐다.
박 의원의 지지도가 그렇게 가파르게 낮아진 까닭은 그녀가 이명박 대통령의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줄곧 반대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의원을 함께 지지한 계층의 상당수가 박 의원에 대한 지지를 거두었다는 얘기다. 이 점은 세종시 ‘수정안’에 호의적인 수도권에서 박 의원의 지지도가 두드러지게 낮아졌다는 사실에 의해 떠받쳐진다. 서울에서의 지지도는 1월 8일의 37.4%에서 2월 26일의 21.5%로 낮아졌다. 충청권의 지지도가 같은 기간에 44.8%에서 43.5%로 안정적이었던 것과 대조된다.
이런 추세는 물론 박 의원에겐 무척 심각한 문제다. 단순한 지지도의 하락이 아니라 핵심 지지자들의 이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열렬한 지지 없이는 우파 지도자들 가운데 누구도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
지금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 실은 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서 그의 세종시 제안을 반대한다. 따라서 세종시 ‘원안’ 지지자들 가운데 다수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사정은 박 의원의 지지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결정적 순간들에, 즉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뜻한다. 뛰어난 지도자이지만, 박 의원이 맞은 위험은 보기보다 심각하다.
박 의원 진영에선 그녀의 ‘정도’(正道)가 인정받으면 지지자들이 돌아오리라고 주장한다. 이것이야말로 헛된 꿈이다. 박 의원의 지지자들은 원래 열렬하기로 이름난 터다. 그들은 오랜 번민 끝에 비통한 마음으로 그녀에 대한 지지를 거둔 것이다. 그녀가 지금 입장을 고수하는 한 그들이 마음을 돌릴 가능성은 없다. 아마도 지지자들의 이탈이 이어질 것이다.
박 의원이 이렇게 어려운 처지로 몰린 까닭은 그녀가 정치 원칙들을 여럿 어긴 데 있다. 결정적 실책은 현직 대통령에 맞선 것이다. 정권의 지지자들은 같은 당 정치인이 현직 대통령에 맞서는 것을 싫어한다. 박 의원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우가 너무 초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박 의원은 참고 또 참으면서 현직 대통령에 맞서는 것만은 피했어야 했다.
보다 근본적 문제는 박 의원이 ‘지도자는 지지자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격언을 어긴 것이다. 자신의 핵심 지지자들이 수도 분할을 반대하는데도, 그녀는 자신의 소신을 내세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못’을 감싸고 나섰다.
올곧은 길을 가겠다며 앞에 솟은 돌뿌리를 계속 걷어차는 그녀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두운 마음으로 독일 철학자 게오르흐 짐멜의 얘기를 떠올린다. “모든 지도자들은 또한 이끌린다. 수많은 경우들에서 주인은 그의 노예들의 노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