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아이티 지진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전에, 일본에, 칠레에, 대만에 터키까지. 칠레 대지진엔 땅이 얼마나 흔들렸으면 지구의 자전 속도까지 바뀌었을까. 지축이 3인치 바로 서고, 자전시간이 0.00000126초 빨라졌단다. 그것도 변화냐고 야유할 것인가? 아니다. 그 변화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삶터를 뺏고 평생 지우지 못할 상처를 입힌 변화였다. 자전의 속도에 영향을 주는 존재는 생명들의 생사에 관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다른 하나가 달이다.
만약에 지구에 달이 없었다면, 달의 인력이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 자전하고 있는 속도보다도 훨씬 빠르게 돌고 돌았을 것이다. 바람도 굉장해서 돌들도 날아다녔을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뿌리를 내리고 살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만물은 ‘불’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 이는 헤라클레이토스였다.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 탈레스가 모든 생명을 먹여 살리는 생명수로서의 물을 본 것이라면, 헤라클레이토스는 저 이글거리는 태양이 생명의 근원임을 본 것이 아니었을까? 태양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여기 이곳에 생명은 없다. 그리고 달이 없었더라도 지금 우리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태양은 지구에 깃든 모든 생명들의 할아버지고 달은 생명들의 할머니다.
인간은 결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인간은 그저 태양과 달에, 그리고 땅과 물과 바람에 존재의 빚을 지고 있는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다.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며 세상을 뜨신 법정스님이 종종 하신 말씀도 어머니인 지구를 자식 된 도리로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땅과 물과 햇살과 바람이 만든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라고. 길상사 경내에서 법정스님의 글을 만났다.
“살아있는 것은 거듭거듭 변하면서 끝없이 형성되어 간다. 봄이 가고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그와 같이 순환한다. 그것은 살아있는 우주의 호흡이며 율동이다.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 할 게 아니라 오는 세월을 잘 쓸 줄 아는 삶의 지혜를 터득해야 한다.”
오는 세월은 자연과 함께하는 녹색의 삶, 물색의 지혜였으면 좋겠다. 태양은 몸 밖의 심장이다. 산은 몸 밖의 폐다. 강은 몸 밖의 혈관이다. 동물들과 식물들은 생명의 형제요, 자매다. 그러니 그저 눈앞에 이익에 눈이 멀어 함부로 상처 내는 일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산을 내 몸처럼 여기는 자만이 그 자신이 산야(山野)를 호흡하는 우주의 호흡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 아닐까.
수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