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후보 발굴 ‘공정한 거 맞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고성준 기자
카운슬은 모든 절차가 비공개로 진행되기에 ‘깜깜이 인선’이라는 의혹을 받기 십상이다. 유력 회장 후보였으나 자진사퇴한 것으로 알려진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측이 “카운슬이 사퇴하라고 노골적으로 강요한 정황이 많다”며 자진 사퇴설을 반박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공정성을 확보하고 외풍을 막기 위해 비공개로 운영한 카운슬이 되레 포스코의 발목을 잡게 된 셈이다.
국영기업이었던 포스코는 2000년 9월 정부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민영화됐다. 민영화 이전까지는 최대주주였던 정부가 회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공기업’ 꼬리표를 뗀 이후에도 회장 선출과 기업 운영에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포스코의 설명에 따르면 회장 선임 절차에 구체적 제도가 생겨난 것은 민영화 이후다. 포스코 관계자는 “민영화 이후 2006년 CEO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며 회장 선출 제도에 투명성을 높였다”며 “현재 가동되고 있는 CEO승계카운슬은 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릴 후보군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2006년 CEO후보추천위원회를, 2009년 승계 카운슬을 구성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이구택 전 회장 재임 시절 당시 고려대 기업지배구조개선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카운슬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의 연임이 결정된 2007년 2월 당시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회장 승계를 전담하는 투명한 승계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권고하면서 생겨나 2009년 첫 시동을 걸었다.
다만 이구택 전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정준양 전 회장 선출 과정에서는 카운슬이 운영되지 않았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카운슬이 신설된 목적은 정치적 외풍을 막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외부의 우수한 후보를 추천받기 위한 데 더 큰 목적이 있었다”며 “2009년 2월에는 당시 윤석만 포스코 사장과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 두 사람이 회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인 터여서 카운슬의 역할이 필수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카운슬이 추린 5명의 차기 회장 후보는 모두 포스코 내부 출신 인사였으며 지난 23일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역시 내부 출신 인사다. 우수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구성됐다는 카운슬의 취지와 역할이 의심받는 대목이다.
현재 포스코 회장 선임 절차는 CEO승계카운슬과 이사회, CEO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를 거치게 돼 있다. 사외이사 5명(이사회 의장과 전문위원회 위원장들)으로 구성된 카운슬에서 후보군을 추려 추천하면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자격심사 대상을 선정한다. 이후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자격심사와 면접을 진행해 최종 1명의 후보로 압축, 이사회에 보고하면 이사회에서는 검증을 통해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한다. 이사회를 통해 확정된 후보는 주주총회에 추천되며, 주총에서 회장 후보를 사내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에 부의하면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를 대표이사 회장으로 최종 선임한다.
재계 한 고위 인사는 “포스코의 차기 회장 선임과 카운슬이 이번에 유난히 시끄러운 까닭은 아마 이전보다 비공개로 진행된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런저런 의혹이 불거진 것 같다”며 “자진사퇴와 관련해 공방이 오간 탓도 크다”고 전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번 카운슬이 가동되었을 때보다 더 많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다“며 ”더 많은 관심이 집중돼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