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익 10%커녕 3% 벌기도 어려워…학교 설치 사업 두고 협동조합-한전 이권다툼도
은퇴자, 노인, 한국전력공사 직원 등 너나할 것 없이 태양광발전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 한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태양광발전 사업에 보조금이 대거 지급되자 투자자들이 속출한 것. 또 태양광발전은 저금리시대 높은 수익률 확보가 가능한 투자처로 인식돼 해마다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장년층에게는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유형자산인 땅 위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투자 매력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땅값을 올리기 위해 태양광발전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임야나 전답 등지에 태양광 시설을 준공하면 토지 형질변경의 전용을 통해 기존의 전답이나 임야 등으로 설정된 지목을 잡종지로 변경할 수 있다. 잡종지는 농지나 임야보다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이 점을 노리고 태양광 전문 부동산을 콘셉트로 내세운 곳도 속속 등장했다.
서울 시청 광장에서 개막된 2017 서울 태양광 엑스포에서 한 중소기업 출품한 태양광 패널 클리너를 참가자가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태양광발전은 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해 한국전력 등 발전회사에 판매하고, 발전회사는 이를 소비자에게 되파는 구조다. 이렇다보니 한전을 비롯해 태양광발전에 관련된 지자체 및 에너지 공기업에서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온다. 감사원은 2월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비리점검’을 통해 태양광발전소 시공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금품이나 지분을 챙긴 한전 직원 등 47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진 태양광발전 사업은 100kW 기준 월 200만 원 상당, 연 수익률 10% 이상을 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개업체들은 고정적인 수익률을 전면에 내세워 태양광사업 투자자를 모집했다. 하지만 한전 직원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내부 정보를 빼내면서까지 태양광사업을 해도 중개업체가 광고했던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전력공사 한 지역본부 총괄 지사장 A 씨는 아내 명의로 태양광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A 씨는 평소 그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내던 한 태양광발전 시공업자에게 아내 명의로 태양광발전소 시공 관련 업무를 대리시켰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연계 가능한 잔여 용량이 있어야 하지만, 당시 이를 검토했던 한전은 잔여 용량이 없음에도 A 씨의 사업을 허가해줬다. A 씨가 99kw 용량의 발전소 두 개를 설치하는 데 들인 돈은 3억 2500만 원으로, 설치 10개월 만에 19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태양광 사업 실제 수익이 99kW 기준 연 3% 수준에 그친 셈이다.
일반 개인사업자들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전 직원이었기 때문에 손쉽게 수익을 거둔 것이지, 일반인의 경우 사업허가부터 그 절차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태양광발전 사업은 중간 시공업체나, 태양광사업 중개 브로커만 배를 불리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투자처로의 인기에 힘입어 태양광발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소의 누적용량은 2011년 635MW에서 2017년 월 9130MW로 7년간 14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별 변전소에서 수용할 수 있는 용량에 제한이 있어, 이를 초과하면 더 이상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없다. 이미 일부 지역은 태양광발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전체의 20%까지 끌어 올리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공공기관과 학교 등지에 태양광발전 설치를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공기관 태양광발전을 두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협동조합과 한전 간의 다툼이다. 현재 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소속 25개 등 100여 개의 협동조합이 발전 사업을 하고 있다. 한전은 2016년 6개 발전 자회사와 특수목적법인(SPC)인 햇빛새싹발전소를 설립하고 태양광사업에 진출했다. 협동조합 측은 태양광 사업에서 한전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골목상권에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은 햇빛발전 확대의 사업 기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학교가 태양광발전을 위해 협동조합을 업체로 선택할 경우 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의 유인책을 쓰고 있다. 그렇지만 비용이 더 들어도 에너지 전문 회사인 한전을 찾는 학교가 더욱 많다. 서울시 교육청은 협동조합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학교에 보조금 3000만 원을 지급하고, 한전에는 300만 원을 지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육청, 에너지공단 등 유관기관과 설명회를 열고 태양광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에 설치를 신청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개인이나 공공기관 등 태양광 사업 이권을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만든 협동조합이 독점하려고 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협동조합은 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조합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곳인데 여기에 보조금을 몰아주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협동조합 발전사업의 큰 틀은 조합원의 이익 추구와 동시에 시민사회 발전을 위하는 것”이라며 “오직 영리를 위해서만 협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발전사업에 정통한 인사는 “태양광 업계는 지금 엉망진창”이라며 “국가에서 보조금을 많이 풀다보니 여러 사람이 이권에 개입했고, 지자체 인허가를 두고 이런 것들을 정리하는 브로커들도 다수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