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설 공방이 협박설 공방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0월 25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사진=서울시
정용기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박 시장과 친분이 있는 허인회 씨가 이사장인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은 지난 2015년 서울시와 소형 태양열 발전설비 보급사업 협약을 맺었다. 녹색드림은 올해 햇빛도시프로젝트 설비업체 7곳 중 한 곳으로 포함되기도 했다. 햇빛도시프로젝트는 아파트 베란다나 주택 옥상 등에 소형 태양열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설치비의 약 85%를 서울시와 각 구청이 부담한다. 설비업체로 선정되면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녹색드림은 서울시 사업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태양광과 관련한 실적이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녹색드림 법인등기를 살펴보니 초기에는 곡물과 원예, 체육용품 도소매, 문화복지 사업 등을 하다 지난 2015년부터 태양광 발전 및 시공업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기업정보에 따르면 녹색드림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기 전인 지난 2015년에는 총 매출액이 5억 원에서 10억 원 미만인 회사였다. 2015년까지 큰 실적이 없었던 녹색드림은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후 매출이 크게 늘었다.
정용기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녹색드림은 2017년 1월부터 9월까지 태양광 설치로 지급받은 보조금이 11억 4551만 원에 달한다. 서울시가 같은 기간 지급한 전체 보조금 중 26.89%에 해당하는 수치다. 허 이사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태양광 사업 이후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도 적자다. 생각보다 마진이 크지 않다”고 했다.
정 의원은 10월 25일 국정감사장에서 허 이사장이 박 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인물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허 이사장은 박 시장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친분은 있다고 인정했다. 허 이사장은 “두 사람 다 잘 안다. 오랜 동지”라면서도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녹색드림이 자체 판매 실적은 1등인데 시에서 배정해주는 물량은 4등이다. 오히려 친분 때문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도 허 이사장을 “알기는 아는 사람”이라고 인정했다. 허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서울 동대문구에서 제16~17대 총선에 연달아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녹색드림은 2015년 10월 서울시와 소형 태양열 발전설비 보급사업 협약을 맺었다. 태양광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가 선정된 것은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에 서울시 측은 “기존 제품을 사다가 설치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은 아니다”라며 “올해 9개 업체가 신청해 7개 업체가 선정됐을 정도로 경쟁률이 높지도 않다. 향후 사업에 지원하려는 업체가 기준만 갖춘다면 100개 업체든 1000개 업체든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용기 의원 측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생산, 관리 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도 없는 업체가 선정된 것이 사실이라면 서울시는 ‘브로커’들에게 혈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라며 “브로커들은 ‘땅 짚고 헤엄치며’ 돈을 챙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서울시가 선정한 7개 업체 중 4곳은 녹색드림과 같이 전문성이 없는 협동조합 형태다. 이 중 한 곳을 살펴보니 함세웅 신부를 비롯한 진보성향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나머지 2곳은 홈페이지조차 검색되지 않아 경영진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서울시는 녹색드림이 참여한 2015년에는 업체 등록을 하면서 태양광 설치실적을 요구하지 않았으나 2016년부터는 설치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갑자기 진입장벽을 높인 셈이다. 2016년 기준이 적용됐다면 태양광 사업 경험이 없는 녹색드림은 사업에 참여할 수 없었다.
서울시 측은 “2015년에는 홍보가 잘 안 돼 사업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었다. 그래서 기준을 대폭 낮췄던 것”이라며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태양광 사업 경험이 없는 녹색드림이 7개 업체 중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시는 기준만 갖추면 보급업체로 선정하고 주민들이 업체를 최종 선정하는 것”이라며 “녹색드림에서 열심히 사업을 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지 시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녹색드림은 올해 사업계획서에서 내년 매출을 200억 원으로 잡고 2020년에는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계획이 달성된다면 매출 10억 원 미만 업체에서 15년 만에 매출액이 50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야당에선 서울시 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받았기 때문에 이 같은 목표를 정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허 이사장은 “사업 계획은 사업 계획일 뿐”이라며 “회사 목표를 정하면서 내년에 적자날 거라고 하는 경우가 있느냐”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아무리 목표라도 현실성이 전혀 없는 목표를 세웠겠느냐”면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녹색드림이 2016년 지급받은 보조금은 1억 6487만 5000원이었는데 2017년 9월까지 지급받은 보조금이 11억 4551만 원이다.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만 있다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정용기 의원이 이 같은 특혜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자 허 이사장은 직접 의원실로 찾아가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정용기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허 이사장은 “나한테 정용기 씨는 ×도 아니다”라며 “내가 잘하는 시민운동으로 낙선운동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녹색드림의 성장을 보면 허 이사장이 왜 그토록 거칠게 국감자료 요구에 항의하고 협박성 언행을 했는지 이유가 짐작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 이사장은 “정 의원 측이 특정 부분만 공개해 문제가 됐는데 전체 내용을 들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며 “나는 일반 시민이고 유권자인데 피감기관 대하듯 해 말이 거칠게 나갔다. 협박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국감자료 요구 사실을 허 이사장 측에 알려준 서울시 공무원이 누구인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측은 “서울시는 민원이 접수되면 민원인의 정보를 아무렇게나 공개하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자료 요청이 들어와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허 이사장이 알게 된 것”이라며 “통상적인 업무행위로 허 이사장에게 전화한 직원이 누구인지 알아보지 않았고 알게 되어도 징계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