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 등 수비진 언급 “그들 잘못 없다...내가 부족”
손흥민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축구대표팀 공격수.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오후 6시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 대한민국-멕시코의 경기에서 한국은 1-2로 패했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한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고개를 숙이거나 주저앉아 울먹였다.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했다며, 자신이 중간에서 팀을 조율하지 못했다고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날 최전방에 배치된 손흥민은 끈질기게 멕시코 수비진을 공략했다. 빠른 발을 활용해 침체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감각적인 왼발슛으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멕시코의 오소리오 감독도 경기 직후 가진 취재 인터뷰에서 “내가 볼 때 한국은 아주 훌륭한 팀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정보를 많이 준비했는데, 손흥민의 위치에 따라 변화가 가능한 팀이다. 그것에 따라 오늘도 달라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손흥민의 골은 정말 훌륭하고 멋진 골이었다. 지금도 훌륭한 선수지만 손흥민은 미래가 더 밝은 선수”라고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실제로 손흥민은 월드컵 두 대회 연속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핵심공격수로서의 패배 책임만 언급하기 바빴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안 울려고 노력했다. 어린 선수를 위로해 줄 위치였다. 조금만 더 했다면 하는 죄송함에 눈물이 났다. 어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 ‘내가 어릴 때 그리 잘했나’라는 생각을 했다. (기)성용 형이 진 짐을 나눴어야 했는데 못해줘 미안하다”고 말했다.
장현수 등 패배의 비난을 받고 있는 수비진에 대해서는 “누가 못하려고 하겠는가. 골은 먹힐 수밖에 없다. 나도 수비를 잘 못한다. 잘 하려 하다 보니 실수가 나온 것”이라고 감쌌다.
잉글랜드 프리미엄리그에서도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오른 손흥민 역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대한 부담감은 컸다는 반증이다.
외로웠던 손흥민. 연합뉴스.
27일 열리는 한국의 조별리그 최종전 상대는 지난해 월드컵 챔피언이자 FIFA랭킹 1위 독일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이 이길 확률은 높지 않다. 특히 독일은 멕시코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아직 16강 진출을 확정하지 못해 한국과의 경기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온다고 엄포한 상태다.
하지만 손흥민은 잉글랜드는 물론 독일서도 최고의 공격수였다. 이제 손흥민이 부담감을 떨치고 자신의 기량을, 팬들 앞에 눈물이 아닌 미소를 보이길 기대해 본다.
독일전을 앞둔 손흥민 역시 “우리가 해볼 것은 해봐야 한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노력해도 안 된다면 그 때는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면서 “마지막 경기인 만큼 국민들께 즐거움, 희망 등을 보여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한국축구의 자존심이 된 손흥민의 이번 월드컵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독일과의 경기에서 그의 말대로 손흥민을 넘어 한국축구의 희망이 선보이길 고대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