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5분 뒤 프랑스의 코너킥 찬스에 우스만 뎀벨레가 키커로 나섰다. 볼보이에게 공을 받은 뎀벨레는 손에 들고 공을 살펴보더니 그라운드에 던져봤다. 하지만 공은 바람이 빠졌는지 제대로 튀어오르지 않았다. 이에 다른 공을 다시 달라고 했고, 새 공을 받아 코너킥을 전개했다.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C조 프랑스와 호주의 경기에서 앙투안 그리즈만이 공인구 텔스타 18을 트래핑하고 있다. 사진=러시아월드컵 공식 페이스북
이날 경기 외에도 이번 러시아월드컵 경기 과정에서 스로인을 하려고 하다가 혹은 드리블 중에 공에 문제가 있어 교체하는 경우가 2~3번 더 있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의 공인구는 아디다스의 ‘텔스타 18’이다. 지난 1970년 멕시코월드컵 때 사용된 최초의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경기에 사용되는 공인구들은 시작 전 내부 기압을 다 맞춰 탄성을 유지한다. 그런데 개막 일주일 사이 몇 차례나 텔스타 공인구가 바람이 새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국제경기 중 공에 문제가 생겨 교체하는 것은 흔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2년 전에도 이런 보기 드문 광경이 2번이나 발생한 바 있다. 특히 당시에는 바람이 새는 정도가 아니라 경기 중 공이 터져 더 관심을 모았다.
첫 번째 사례는 2016년 6월 1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와 FC서울의 K리그클래식 경기에서 벌어졌고, 두 번째 사건은 일주일 뒤인 6월 20일 프랑스 릴의 스타드 피에르 모루아에서 펼쳐진 유로2016 조별리그 A조 3차전 프랑스와 스위스의 경기에서 발생했다. 두 번 모두 공이 찌그러질 정도였고,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당시의 공 역시 아디다스에서 출시한 축구공이었다. K리그클래식 공인구였던 아디다스의 ‘에레조타’와 유로2016 공인구 아디다스의 ‘부 쥬’다.
그렇다면 왜 공인구가 터져 바람이 새는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축구계 일각에서는 반발력은 높이면서도 가볍고 움직임을 높이기 위해 공을 가볍게 만들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추측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축구공을 만들 때 반발력을 높이기 위해 공 외피 내부에 수축과 동시에 팽창하도록 유도하는 신택틱 폼 등 신소재를 사용한다. 반면 바깥쪽에는 수축과 팽창으로 공이 터지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폴리우레탄을 겹겹이 쌓는다. 그런데 이걸 다 실행하려면 공이 너무 무거워지거나 둔탁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럼 공의 움직임이나 정확도, 컨트롤이 떨어진다. 그래서 폴리우레탄 외피를 최대한 얇고 가볍게 만들면서도 해당 기능들을 충분히 구현해낼 수 있는 신기술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제작 과정에서 외피를 너무 얇게 해 외부의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터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반면, 또 다른 축구 전문가는 “요즘 만들어지는 공은 거의 외부 충격을 완화시켜 탄성을 배가하는 데 초점을 두고 만든다. 따라서 공인구가 그 정도 외부 충격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한 경기에 사용되는 공이 10∼11개 정도 된다. 그중 불량이 나올 수도 있다. 공 패널 간 접합이 제대로 안 됐거나, 충돌이 클 경우 압력 때문에 터질 수도 있다. 그러한 공 몇 개가 경기 도중 사용되면서 빚어진 해프닝이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유로2016 경기 도중 공이 터지자 베라미가 공을 주워들고 구멍을 벌려 보이고 있다. 출처=MBC 중계화면 캡처
지난 2016년 수원FC와 FC서울의 K리그클래식 경기 도중 터진 해당 공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경기 후 회수해 아디다스 측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유로2016 스위스와 프랑스 경기 중 문제가 된 공 역시 독일 아디다스 본사 개발팀에 보내져 원인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아디다스코리아 측은 “당시 공인구가 터진 원인에 대해 아디다스 본사에서 조사를 했는데, 문제가 된 공의 단순 불량이라 별다른 발표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문제가 된 공도 독일 본사 개발팀에 보내져 원인 분석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공식적인 결함 문제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공인구에서 이러한 일이 계속된다면 스포츠 전문업체로서 품질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