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들 “최소한의 주거권 보장하라” 조합 “법에 보상 근거 없어”
이주 기간 내 이주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한다는 현수막
[일요신문] 김창의 기자 = 재건축으로 인해 오는 9월 30일까지 집을 비워줘야 하는 개포주공1단지 임차인들이 서울시와 강남구청 등에 기본적인 주거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개포주공1단지는 지난 4월 13일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현재 이주가 진행 중이다. 이주를 시작한 지 2개월 남짓한 기간에 약 50%의 주민이 이주를 완료했다.
조합 측은 재건축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인근 초등학교의 2학기 휴교를 위한 탄원서 접수를 독려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이 처한 상황은 조금 다르다.
세입자들은 “소유자(조합)들에게는 15~20억원 이상의 재산 형성과 이주비 보상 등이 이뤄지고 있으나 세입자들에게는 어떠한 보상도 대책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조합에 의해 명도소송 및 가처분 신청 등을 당한 상태로 머지않아 집을 비워줘야 할 위기에 놓여 있는 상태다.
세입자들은 “주변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 의해 주거의 수평이동이 불가능한 형편이다. 그동안 집을 중심으로 직장과 생활터전을 가꿔왔는데 한순간에 모두 없어질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와 조합원들은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들을 배려하지 않고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개발 이익만을 위해 급하고 무리하게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지 내에 버려져 방치된 쓰레기들
세입자들은 주거환경 악화에 따른 고통도 호소했다. “주거 단지 내 다목적 CCTV를 설치하거나 쓰레기를 방치하고 잡초 제거도 하지 않아 단지가 유령도시처럼 변하고 있다. 게다가 조합 측이 빈집에 붉은 사선 스티커를 부착해 공포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6월말 현재 60%에 달하는 주민들이 개포주공1단지를 떠난 상태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세입자 중 일부는 생계와 주거의 터전인 이곳을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리적 마찰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강남구청의 중재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강남구청 주택사업과에 이주비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조합이 법적으로 이주비를 수립할 의무가 없다”는 답변만 했다.
물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재건축 세입자에 대한 보상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지자체가 세입자와 조합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중재에 나서는 것과 반대로 강남구의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을 직접 취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조합 측은 “재개발이 아닌 재건축의 경우 이주비는 물론 어떤 보상도 하지 않는다”며 “도정법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더 알아보고 전화를 해라”라고 쏘아붙이고 있어 원만한 합의와 이주에 도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한겨레신문 인터뷰를 통해 “사람의 삶을 짓밟는 집단적 개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토건중심사회에서 사람중심사회로 도시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오는 9월 말이면 세입자와 조합 간 충돌이 발생할 것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지 않도록 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갈등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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