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특집 ①강서구청 언론부서의 이상한 보고 체계
[서울=일요신문] 김창의 기자 =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동화가 있다. 임금이 가짜 재봉사에게 속아 보이지 않는 옷을 짓고 있는데도 신하들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 결국 벌거벗은 채로 행진을 하며 웃음거리가 된다는 안데르센의 동화다.
사실을 전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명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동화와 비슷한 일이 서울 강서구청(구청장 노현송)에서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언론담당 부서는 단체장이나 관할 행정구역에 대한 기사를 취합해 구청장에게 보고하는 업무를 한다. 보고는 홍보성 기사든, 지적 사항에 대한 것이든 가리지 않는다. 총괄 책임자인 구청장이 사실을 확인해야 그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서구청 언론부서의 업무 방식은 이와 조금 다르다.
강서구청 언론지원팀은 “모든 기사를 보고하지는 않는다. 기사 내용에 따라 다르다. 지적사항이 나온 기사는 먼저 담당 부서에 보낸다”면서 “보고 여부는 담당 부서에서 정하고 그쪽에서 보고하지 않으면 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답변대로라면 구청장이 관내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의미다. 만약 부적절한 문제가 생겨도 부서에서는 묵살해 버리고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하면 구청장이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
최근 강서구청 일자리경제과의 불법 매립과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한 기사의 보고 여부를 묻자 언론지원팀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고 내용은 보고자(언론부서)가 정하는 것이지 보고받는 사람(구청장)이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어떻게 보면 공무원 조직의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일 여지가 있는 답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런 업무처리가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 광역단체는 물론, 대부분의 시․군․구는 언론을 통해 나타난 지적 사항에 대해 단체장에게 보고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으면 해명자료를 낸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 시장이 시청 기자실을 찾아 직접 브리핑하기도 하는 등 시민과 소통하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인근 양천구만 해도 홈페이지 ‘그건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언론에서 지적된 사안에 대해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행정적 한계는 확실히 짚어 구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있다.
양천구청 홍보정책과장은 “양천구는 기사로 지적받은 사안은 반드시 보고를 올려 대처토록 한다. 칭찬하는 기사는 빠질 수도 있지만 지적받은 사안을 보고하지 않으면 구청장이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게 되고 그에 관련한 구민들이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강남구청 공보실장도 “내용을 알아야 구청장이 대책을 수립하고 주민과 대화할 수 있다”면서 “부정적인 기사라고 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는 건 우리 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보고 여부를 본인들 판단에 의해 결정한다는 강서구청 언론담당부서의 대답이 궁색해지는 부분이다.
기사 선별 보고에 대한 노현송 강서구청장의 인지 여부와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요청을 했지만 언론지원팀은 “구청장이 대답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며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취재 자체를 차단해 버린 것이다.
이쯤되니 촉한의 환관 황호가 떠오른다. 황호는 황제 유선의 주변에 장벽을 쌓고 눈과 귀를 가려 간사하게 굴면서 귀에 달콤한 말만 했다. 유선은 그런 황호를 끔찍이도 신뢰하다 결국 나라를 잃고 포로로 끌려가는 신세가 된다. 어리석은 황제와 간악한 신하의 조합이 나라를 무너뜨린 대표적인 예다.
구민과의, 언론과의 소통을 막으려는 주체가 구청장인지 소속 공무원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에 하나 구청장이 이 같은 방침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다면 행정가로서도 강서구민의 대표자로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임에 틀림없다.
한편 지난 18일 청와대는 지방정부에 대한 강력한 감찰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민정수석에게 “지방 권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고 조국 민정수석은 “하반기에 지방정부를 상대로 감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토착화된 지방권력의 부정부패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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