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대포동 수준 미사일 운영 가능…이동식·잠수함 발사대와 전혀 다른 발사 체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2월 담화문을 통해 ‘장갑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좌), 배경은 소련이 개발한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의 모습. 그래픽=백소연 디자이너
필자가 입수한 담화문은 지난해 2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당중앙군사위원회, 전략군사령부, 해군사령부, 남포조선연합기업소 책임일군들을 대상으로 지시한 내용을 토대로 한다. 이 지시 내용은 후에 담화문으로 발췌해 편찬됐다.
서두에 적시된 제목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은 장군님께서 주체106(2017)년 2월 8일 당중앙군사위원회, 전략군사령부, 해군사령부, 남포조선연합기업소 책임일군들과 하신 담화 내용(발취)’이다.
담화문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이다. 첫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일선 일군들에게 노고를 취하는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자위적 군사노선’에 근거하여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정신으로 헌신 분투하고 있는 관련 노동자, 기술자, 군인건설자들에게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이름으로 감사를 드린다”고 적시했다.
두 번째 부분은 이른바 신형 다연발 로켓과 관련한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연구 개발한 신형 다연발·다연장 로켓을 실전화하기 위한 사업을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분들은 사실상 군 관련 기술자 및 노동자들에 대한 담화이기에 특별한 것은 아니다. 다연발 로켓 역시 북한의 미사일 전술에 있어서 그동안 우리 언론에서 ‘300mm 방사포’를 거론해 왔기 때문에 특별한 부분은 아니다.
문제는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별다르게 주목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미사일 시스템을 이 담화문을 통해 언급했다. 이른바 ‘이동식 발사대의 장갑열차화’ 사업이다. 이는 곧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railroad train-based missile system)’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전략군에서 새로운 형식의 이동발사대를 연구하고 있다는데 참으로 좋은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동식 발사대를 ‘장갑 열차화’ 한다는 것은 매우 독창적이고 우리나라 지형 조건에 맞는 창의적인 전투방식”이라며 “장갑차 내판에 의한 (미사일 탄두) 발사가 실현된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할 수 있으며 기차 굴에 은폐하였다가 임의의 순간에 발사할 수 있어 동성서격(‘성동격서’의 북한말, 즉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뜻으로, 적을 유인하여 이쪽을 공격하는 체하다가 그 반대쪽을 치는 전술을 이르는 말)의 항일 유격대식 전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이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에 대해 “이 전술무기의 유효 사격거리는 1500km”라며 우리의 제주도는 물론 일본 열도까지 넘보고 있음을 적시했고, 전력화는 전략군에서 하고 있지만, 제조는 남포조선소의 일용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조만간 대포동 수준의 미사일을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 하에 운영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열차 내부에서 ‘쪽무이 식(모자이크 식의 북한말)’으로 나누어져 있던 부품들을 조립하여 발사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구체적인 기술공법들도 수록되어 있다.
이는 북한이 대내외에 공개해 온 이동식 발사대(TEL)와 해상에서의 잠수함 발사대(SLBM의 발사대)와는 전혀 다른 발사 체계이기에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과거에도 증후는 있었다. 약 10여 년 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선 북한이 앞서의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 바는 있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증거를 잡지 못했고, 결국 의혹으로만 그쳐왔다.
하지만 이번에 필자가 입수한 담화문에 의하면, 북한은 그동안 ‘이동식 발사대의 장갑 열차화’라는 이름으로 ‘장갑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오랜 기간 연구 및 전력화 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는 비핵화 검증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분명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열차식 미사일 발사’ 원조는 구소련 열차를 병기화하는 개념은 이미 미국 남북전쟁 시기에서부터 존재했다. 이른바 ‘장갑열차’가 그것이다. ‘장갑열차’는 처음에는 병력을 실은 열차를 방호하는 수준에서 장갑을 두른 수준이었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화력을 더해가며 전쟁터 곳곳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후반기를 즈음하여 ‘장갑열차’는 급속도로 후퇴했다. ‘장갑열차’는 한때 전차보다 기동력 면에서 비교우위를 점했지만, 기존 전차의 기동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경쟁력이 후퇴했다. 더군다나 항공기, 미사일 등 장거리 공격 수단이 발전하면서 ‘장갑열차’가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갔다. 게다가 사전에 ‘레일’을 파괴하는 게릴라 전술도 발달하면서 ‘장갑열차’의 단점이 두드러지게 됐다. 퇴물쯤으로 여겨지던 열차의 병기화 사업에 처음으로 ‘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구소련이다. 소련은 기존에도 MBV D-2, 크라스나야 즈베즈다, MBV-2 등 전쟁사에 남은 유명한 ‘장갑열차’의 개발국이었는데 1960~70년대 냉전시기 적국인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을 처음 연구 및 개발했다. 소련의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은 개발 당시 미국의 정찰위성 감시를 따돌리는 좋은 은폐 능력을 갖춰 주목 받았다. 게다가 특정 지점에서 열차를 세워 미사일을 쏠 수 있어 기동성 면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열차식 미사일 발사 시스템’ 역시 그 세부적인 공정 과정과 제원은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소련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