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사진=최저임금위원회
양측의 갈등은 7월 10일 진행된 제12차 전원회의에서 그동안 사용자위원 측이 주장했던 최저임금의 사업별 구분 적용 안건이 부결되면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용자의원 측은 만약 사업별 구분적용이 받아들여진다면 최저임금에 대해 수정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 사안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23명 중 사용자위원 9명을 제외한 14명이 반대하면서 사업별 구분 적용 안건은 부결됐고 사용자위원들은 이에 반발하며 회의장을 떠났다. 사용자위원들은 현재 더는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을 선언했으며 7월 13일 오전에 진행된 14차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사업별 구분적용에 대한 노동계의 반대는 예상된 바였지만, 공익위원 전원이 반대한 점이 경영계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친정부·친노동 인사인 공익위원들이 편파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 노동계-경영계의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은 주로 대학교수, 국책기관 연구원 출신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발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부터 공익위원들이 친정부적 결정을 내린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이번 공익위원 중에도 2012년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참여하거나 노무현 정부와 인연을 맺은 공익위원들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사업 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면 인상의 의미가 무색해진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예상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대상자 수가 420만 명인데 국내 저임금 근로자가 500만 명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 또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사업별 구분 기준을 마련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사업별로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체코는 업무의 복잡성, 업무에 수반하는 책임 정도, 업무가 어려운 정도에 따라 8개의 그룹으로 나눈다. 이들의 구분 기준에 따르면 회계사의 최저시급은 98.50코로나(한화 4977원), 간호사의 최저시급은 108.80코로나(한화 5498원)다. 사실상 주관적인 기준으로 각 업계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사용자위원들이 끝까지 회의장에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이 참여했을 때 의결할 수 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2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참석자만을 대상으로 의결을 진행하기 때문.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사용자위원들이 (보이콧 선언을) 공익위원들에 대한 압박카드로 생각한 거로 보인다”며 “공익위원은 대통령이 위촉하기 때문에 친정부 인사일 가능성이 크고, 기본적으로 노동계 출신이 많다”고 전했다.
수차례 회의에도 경영계가 제시한 7530원과 노동계가 제시한 1만 790원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의점 업계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전국편의점가맹협회는 7월 12일 소상공인연합회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차등 적용 안 부결에 대해 규탄했다. 전국편의점가맹협회 관계자는 “편의점 업계는 상당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크게 받음에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우리의 상황을 대변하는 사람은 없다. 교수, 연구원 출신인 공익위원들은 임금을 지급해 본 경험조차 없지 않으냐. 사용자위원들도 구성을 보면 문제가 있다”며 “최저임금은 회의 몇 번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업계를 설득하고 인상에 대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야 할 문제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사용자위원들이 행동도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점가맹협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임금인상률은 5~7% 수준이다. 편의점가맹협회는 내부적으로 심야에 제품 가격을 15~20% 인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앞의 전국편의점가맹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결정해야 한다. 예컨대 강원도 해수욕장 근처 편의점은 손님이 많은 여름에 더 많이 겨울에는 더 적게 임금을 지급하기도 한다”며 “7월 14일 만약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면 지역별로 혹은 전국적으로 매장문을 동시에 닫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번 최저임금이 8000원대 초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이 진행되면서 노동계도 노조원들에게 할 말이 없어졌다. 노동계에서 동결을 어떻게든 막고자 할 것”이라며 “경영계도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하반기 산업계 전반의 실적 악화가 예고된 만큼 어떻게든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넘지 않도록 할 것이다. 8000원대 초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