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손흥민·농구 ‘허부자’·야구 오지환 등 성적 관심 집중
약 한 달 간격으로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게임에도 참가하는 손흥민. 이종현 기자
[일요신문] 뛰어난 기량으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스포츠 스타들에게도 국방의 의무는 똑같이 주어진다.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이들은 선수생활이 한창인 20대에 입대를 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입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는 것이다. 체육요원으로 선발되면 무리 없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체육요원 자격이 주어지는 대회인 아시안게임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 문제에 대한 관심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과 함께 병역 혜택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다. 특히 인기 종목인 축구, 야구, 농구 등은 엔트리 구성 등 준비 과정부터 대회 결과까지 일거수일투족이 관심거리다. 팬들 사이에서는 선수기용이나 작전 구상 등을 놓고 갖가지 ‘훈수’가 난무한다.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약 한 달 간격을 앞두고 치러지는 오는 아시안게임에 유독 많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축구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고 축구스타 손흥민은 1992년생, 만 26세로 현재로선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신분이다.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대거 병역 혜택을 받게 돼 손흥민의 처지는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이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축구대표팀의 목표는 일명 ‘손흥민 일병 구하기’로 불리기도 한다. K리그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도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소속팀 선수 김민재에게 “손흥민 군대 안 가게 해줘야지”라는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손흥민의 병역에 대한 축구계 안팎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김학범 감독은 지난 16일 대회 엔트리 20인을 발표했다. 명단에는 김 감독이 부임 당시부터 꾸준히 언급해온 손흥민이 포함됐다. 하지만 다른 인원들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와일드카드로 공격수 황의조가 뽑히자 김 감독은 ‘학연·지연으로 선수를 뽑는 감독’, ‘의리 축구’, ‘적폐’ 등의 딱지가 붙었다. 이는 그가 성남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 지도했던 황의조에게 금메달을 걸어주기 위한 발탁이라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축구계에서 감독이 잘 알고 있는 선수를 자신의 전술에 맞게 기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이적 시장이 한창인 유럽 축구 최상위 리그에서도 감독이 팀을 옮기며 지도하던 선수를 데려가는 일은 흔하다. 그럼에도 엔트리 발표 전부터 황의조 발탁에 대한 예측이 이어지자 여론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를 잘 인지하고 있던 김 감독은 명단 발표 당일 “학연·지연 절대 없다. 오직 금메달만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전술 브리핑까지 곁들였다. 통상적으로 명단을 발표하면 간단한 선수 정보만을 공유하는 것과 달리 김 감독은 자신이 활용할 포메이션을 그린 자료를 공개했다. 각 선수들의 활용 방법과 발탁 이유도 상세히 소개했다. 축구계에서는 “김 감독이 부정적인 여론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모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례적인 상세한 설명에 더욱 무거워지는 감독직의 무게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두 아들과 함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하는 허재 감독. 사진공동취재단
대중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열었던 김 감독과 달리 아시안게임 농구대표팀은 감독의 침묵이 논란을 낳고 있다.
농구 대표팀은 지난 9일 12인의 아시안게임 엔트리를 발표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한국명 라건아)가 합류해 비혼혈 귀화선수가 최초로 아시안게임에 나서게 됐지만 대중들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허재 감독의 두 아들 허웅, 허훈 형제가 모두 대표팀에 승선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형제의 대표팀 발탁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농구는 감독과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회의를 거쳐 선수단을 구성한다. 각종 잡음에도 허 감독은 꾸준히 형제를 대표팀으로 불러들였고, 결국 아시안게임에도 데려가는 뚝심을 보였다.
지난 10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에 허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허 감독은 불참 의사를 전했고, 선수단 훈련도 미뤄져 언론과 접촉이 없었다.
축구와 농구에 앞서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도 지난 6월 아시안게임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도 엔트리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지난 연말 프로야구에서는 두 선수의 선택이 화제가 됐다. 국군체육부대 또는 경찰청 야구단 입대 연령에 다다른 LG 내야수 오지환과 삼성 외야수 박해민이 소속팀에 남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들은 실력과 커리어 모두 군경팀에 입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병역 혜택을 노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올 시즌 예년에 비해 좋은 활약을 선보였고 선동열 감독의 선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비판의 날을 세우는 이들은 여전히 야구 대표팀 엔트리를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오지환과 박해민을 논외로 하더라도 엔트리 일부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의 해명도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급기야 온라인에서는 ‘대한민국의 은메달 획득을 기원한다’는 조롱 섞인 댓글이 다수 등장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은 오직 금메달을 획득해야만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에서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다. 공정성과 적법한 절차가 더욱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감독 외의 인물이 선수단 구성에 관여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스포츠팬들은 이 같은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아시안게임을 앞둔 각 종목 대표팀에 엔트리 논란은 끊일 줄을 모른다.
스포츠는 결국 결과로 평가 받는다. 엔트리 구성부터 홍역을 앓고 있는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아시안게임 금메달, ‘면제’ 아닌 ‘대체 복무’ 올림픽 3위 이내, 아시안게임 1위에 입상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이들은 ‘군 면제’라는 딱지를 붙인다. 물론 이 같은 성적을 내면 기초군사훈련만을 받을 뿐 군인으로 복무하지 않는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병역 면제가 아니다. 이들은 체육요원으로 34개월간 복무해야 한다. ‘국위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를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1973년 최초로 도입됐다. 당시에는 체육요원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회가 많았다. 현재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이외에도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아선수권 등도 포함됐다. 한국체대 졸업성적이 좋은 선수들도 기회가 주어졌다. 1990년에 들어서야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변경됐다. 그러다 체육요원 제도는 2002년 변화를 맞았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대표팀은 사상 최초로 16강에 진출했고, 이에 월드컵 16강 이상에 진출한 선수들도 체육요원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제도가 변경됐다. 4년 뒤 2004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도 이에 포함됐다. 하지만 2008년부터 월드컵과 WBC는 다시 체육요원 선발 대회에서 제외됐다. 체육 종목에 축구와 야구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이 제도는 현재의 형태로 남게 됐다. 일부 스타들의 군입대가 화제가 되며 일각에서는 체육계에서 군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득세하기도 한다. 한편에선 국군체육부대 등을 예를 들며 이미 많은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고 반박한다. 국군체육부대는 약 30개 종목 선수들을 선발하고 경찰청 산하에도 6개의 스포츠단이 존재한다. 일부 선수들은 선택에 따라 운동을 지속하는 동시에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한다. [상] |
‘테니스 간판’ 정현, 체육요원 복무 혜택 받고 국위선양…또 누가 있나 신성한 국방의 의무이지만 철저히 운동선수 개인의 상황에 비춰보면 군 복무는 선수 생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체육요원 복무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입상을 하면 남성 선수들이 유독 강렬하게 환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지난 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메이저대회 호주오픈에서 맹활약 했던 정현. 연합뉴스 쇼트트랙 영웅 김동성(은퇴)도 이른 나이에 병역 혜택을 받게 된 인물이다. 그는 1996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5000m 계주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15세에 불과했다.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 또한 병역 혜택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세계무대에서 활약 중이다. 프로농구 안양 KGC에서 활약중인 오세근은 금메달 획득으로 상무 복무 도중 전역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 또한 2014년 인천에서 금메달 획득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등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스타들도 2002년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포르투갈을 물리치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표팀은 라커룸에서 그들만의 축제를 벌였다. 이 자리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격려차 방문했고, 주장이던 홍명보가 후배들의 병역 혜택을 건의했다. 김 전 대통령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고 제도 개정이 이어졌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