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계엄 첫 선포사례로 제시
[사진=김흥구 작가]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국군 기무사령부에 의해 작성된 ‘계엄령 검토’ 세부 문건이 공개됐다.
기무사가 작성한 문건의 계엄 선포 사례를 제시하는 부분에서 이미 국가에 의한 사과가 이뤄진 제주4.3에 대해 ‘폭동’이라고 명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무사는 해당 문건에서 9차례의 계엄 사례를 제시하고 제주 4·3을 첫 사례로 기재했다. 특히 제주4·3을 ‘제주폭동’으로 명시해 시대착오적인 역사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5일 국회의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은 국군 기무사령부 측이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문건의 일부를 공개했다.
문건의 제목은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었고, 문건이 작성된 시점은 2017년 3월 이었다.
문건을 보면,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시점에 북한의 군사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탄핵 시위 악화로 국정 혼란이 초래될 경우 일어날 국가 안보 위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시 상황을 진단했다.
기무사가 작성한 세부 문건에는 계엄사령관으로 ‘육군참모총장’, 계엄 선포권자는 ‘대통령(권한대행)’이라고 명시돼 있다.
기무사는 문건에서 국방부 장관이 주관해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 기무사령관 등 최소한의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군 지휘부가 비밀리에 국방부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계엄 시행 여부와 계엄의 종류를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당초 이 문서는 군사 2급 기밀문서로 분류돼 있었으나, 국회의 요청에 따라 국방부가 비밀 지정을 해제하면서 공개됐다.
이와 관련 제주4·3희생자유족회(회장 양윤경)는 24일 성명을 통해 “근거없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학살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저들의 치졸한 작태에 우리 유족들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울분을 금할 길이 없다”며 분노했다.
4·3유족회는 “7년여에 걸친 제주 4.3으로 인한 대부분의 희생자는 당시 군경의 강경진압과 불법군사재판 등에 의한 것임이 자명하다”며 “특히, 기무사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방첩대와 특무대의 만행은 대한민국 인권의 역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큰 오점을 남겼다”고 밝혔다.
4·3유족회는 성명서에서 “기무사령부 해체 및 이번 사건과 관련된 책임자를 엄중 조사해 강력히 처벌할 것. 국방부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제주 4.3당시 무고한 도민들 을 학살한 책임에 대해 정중히 사과할 것, 군 당국은 그동안 은폐시켜 온 4.3과 관련된 문건을 낱낱이 공개하고,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대한 군 내부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역사정립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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