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건설업자 아귀다툼 속 정관계 로비·향응 드러나 ‘제2 이영복 게이트’ 조짐
부산지역 정관계 로비 사태의 중심에 있는 H건설. 금재은 기자
결국 H 건설은 용호만 매립지의 우선매수권을 얻게 되고 정 회장은 H 상가의 시행사로, 이 씨는 분양대행업체를 맡았다. H 상가 개발 수익이 상당하자 이 씨는 H 건설을 차지하기 위해 정 회장이 운영하던 Y 철강회사의 악성채권 1200억 원을 1억 원에 사들여 H 건설의 소유권을 넘기라고 협박했다. 하지만 이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이 씨는 2012년 부산지검에 정 회장의 횡령사실을 제보했다. 이로 인해 재판을 받은 정 회장은 결국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이 씨의 투서가 계속되면서 사건은 정관계 로비로 확대됐다. 문제의 투서는 2015년 대검찰청에 날아 들었다. 여기엔 정 회장의 횡령 등 비리 혐의와 정관계 로비 내역이 담겨 있었다. 대검은 부산지검에 이 사건을 내려보내고, 부산지검 특수부의 수사 과정에서 정 회장이 부산 경찰발전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찰들과 친분을 맺고, 조현오 전 청장에게 뇌물 5000만 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하지만 법원은 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계속해서 기각했다.
이 씨 또한 지난 2016년 10월 사기와 협박 등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현재 진주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 씨는 유명 탤런트 김 아무개 씨를 속여 상가 분양대금 등 수억 원을 가로채고 돈을 돌려 달라는 김 씨를 협박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 중에도 이 씨의 투서와 폭로는 계속됐다. 부산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이 씨 폭로를 토대로 계속해서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엮여 있는 사람이 많다보니 사안이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정 회장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부산고등법원의 문 아무개 전 부장판사가 정 회장으로부터 수차례 골프 등 향응을 제공받고 재판과 관련한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2015년 정 회장을 수사하던 중 포착한 문 전 판사의 비위 사실을 법원행정처에 통보했다. 법원행정처는 당시 윤 아무개 부산고법원장에게 경고를 지시했고, 문 전 판사는 구두 경고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문 판사 관련 리스크 검토’ 문건이 발견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정식 징계 처분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남았다. 윤 전 부산고법원장은 창원지방법원장으로 있던 당시 이정렬 전 판사가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제기한 복직소송’ 합의내용을 공개한 데 대해 징계를 청구한 바 있고, 이 전 판사가 ‘가카새끼 짬뽕’ 등 대통령 비하 발언이 담긴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데 대해 서면경고를 내리기도 했다. 향응제공이라는 중죄에 대해서는 구두경고만 한 것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문 전 판사와 윤 전 법원장이 2017년 2월 퇴직하고, 정 회장을 변호했던 부산의 H 법무법인에 합류한 배경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재 H 건설사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2주 전쯤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정 회장도 연락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H 건설 전 대표이사는 “불거진 정관계 로비에 대해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다만 이 씨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계속 투서를 넣는 것”이라고 전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용호만 H상가 추진 위해 상이군경회·부산시 움직였다’ 의혹 솔솔 부산 남구 용호동에는 LG메트로시티와 IS동서의 W, GS하이츠 대단지가 들어서 있다. 아파트 숲 사이에 있는 H 상가는 당초 민간업체가 매입할 수 있는 부지가 아니었다. 상이군경회와 관련된 회사가 헐값에 사들인 용호만 매립지는 H 건설로 넘어가면서 수익형 상가가 들어서게 됐다. 상이군경회는 복지관 설립 목적으로 2010년 9월 부산시로부터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세 달 뒤 상이군경회 한 관계자가 세운 S 사가 208억 원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부지는 다시 233억 원에 H 건설로 넘어갔다. 하지만 S 사를 들여다보면 애초에 H 사가 용호만 매립지 부지를 넘겨받기 위해 상이군경회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S 사의 사내이사에 H 건설 실소유자인 정 회장의 가족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아내는 2010년 9월 9일 S 사의 사내이사로 등재되는데 이 시기는 상이군경회가 용호만 매립지 부지를 매입하기 전이다. H 건설사가 해당 부지를 헐값에 넘겨받기 위해 상이군경회와 부산시를 움직였다는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2013년 H 상가 사업을 위해 이 씨와 정 회장 등의 돈이 부산시 공무원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첩보를 확보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금] |